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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안전·건강과 노동허가제

기사승인 2018.10.18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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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Free Job Change, Achieve WPS.” 지난 14일 이주노동자 대회 참석자들은 하늘색 바탕에 구름같이 하얀 글씨로 그들의 요구를 적어 들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WPS(Work Permit System)는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말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로 300인 미만 제조업, 건설업, 어업, 농축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적용된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외국인은 218만여명이며 단기체류자가 약 60만명, 불법체류자가 25만여명이다. 2018년 전반기 기준 고용허가제로 6만8천390개 사업장에 15개국 21만7천344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1986년께부터 시작된 한국 이주노동자 유입의 역사가 30년을 넘어서고 있고, 한국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제도는 해외투자기업 연수제에서 산업기술연수제로, 다시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로 바뀌었고 이주노동자 숫자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을 포함한 근로조건 개선과 합법적 취업기간 연장(최장 4년10개월+4년10개월) 등 적지 않은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관련한 지표는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산업재해를 경험한 이주노동자는 3만3천798명이었고 사망자도 511명이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내국인 노동자 산재발생률은 0.18%인데 이주노동자 산재발생률은 1.16%로 6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국내 산재 통계가 과소평가돼 있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 진입장벽이 훨씬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심각한 편중이며 바로 위험의 외주화와 동반하는 건강 불평등이다.

고용허가제 문제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용허가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사업장이동·재고용·이탈 신고 등 대부분 권한이 사업주에게 주어지는 사업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본국으로 귀국했다가 다시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 불이익이 있어도 사업장을 옮기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고 사업주가 근무지 이탈 신고를 하게 되면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게 돼 부당한 근로조건이나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감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일터에서 벗어나 임의로 다른 일터를 찾은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다. 일터의 위험은 일상의 위험으로 확장된다.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업주 동의, 휴·폐업, 근로조건 위반, 폭행과 상습적 폭언 이외에 작업환경상 위험에 따라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노동안전보건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2016년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 고시)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질병이 발생한 이후 1개월간 사업주가 법령상 적절한 안전보건상 조치를 하지 않아 더 이상 근로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포함됐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다치고 병들기 이전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일터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제시하는 노동허가제는 고용의 권리를 사업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할 권리를 이주노동자에게 직접 부여하는 것이다. 노동허가제가 도입되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며 고용주의 부당한 지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안전과 건강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일터에서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법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그것들은 노동자들의 고양된 권리의식과 조직된 힘에 의해서 제대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 대회를 통해 사회적 요구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용허가제는 일종의 강제노동으로 여러 국제기구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도 온전하게 서명하지 않고 있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 적용에 관한 조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이 그것들이다. 내국인 노동자에게나 이주노동자에게나 차별은 언제나 위험하다. 위험하고 위협적이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해서 위험해지는 것이다. ‘Free Job Change, Achieve WPS!’

류현철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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