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가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자회사형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농성을 하고 귀향하다 쓰러져 지난 20일 사망한 김원창 울산항만공사지회장을 추모하고 울산항만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사측이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는 사업장 노조 활동가들이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자회사형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앞 농성을 하고 귀향하던 고 김원창 공공연대노조 울산항만공사지회장이 기차 안에서 급성심정지로 쓰러져 20일 새벽 숨을 거뒀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서 용역업체 특수경비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했는데, 사측이 올해 초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갈등을 겪었다. 이정민 노조 기획실장은 “울산항만공사는 ‘자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용역회사에 남아야 한다’며 직원 간 여론을 분열시켰고, 이로 인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지회를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울산항만공사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에서도 정규직 방식을 놓고 사측과 대립하던 노조간부가 쓰러졌다. 김웅 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지부장은 지난 18일 오후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던 중 정신을 잃어 병원에 후송됐다. 김 지부장은 현재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당시 김 지부장과 통화했던 노조 관계자는 “집회 일정을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며 “수화기 너머로 ‘쓰러졌다’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김웅 지부장은 “병원에서는 갑자기 여러 건강 관련 수치들이 정상적인 범위를 몇 배 이상 넘어갔다고 하는데 딱히 원인을 밝히기 힘들다고 한다”며 “스트레스와 과로가 누적된 것이 원인으로 보이고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기구를 가동 중이다. 최근까지 20여 차례 실무협의를 했지만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경비·시설 용역노동자와 기업은행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반재걸 지부 충주지회장은 “최근 지부 산하 지회와 용역업체의 임금·단체협상이 잘 풀리지 않아 김 지부장이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며 “여기에 기업은행이 자회사 전환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 김원창 지회장의 장례는 24일 민주노동자 장으로 치러진다. 추모제는 23일 오후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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