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용역업체에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용역업체 직원들의 동선까지 통제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공사가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가운데 불법파견 논란이 일고 있다.

자재구매도 원청 승인, 봉사활동 동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대전에 위치한 공사에서 열린 환경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수자원공사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공사는 댐·발전시설과 광역상수도 정비·점검을 수자원기술주식회사에 위탁하고 있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1986년 수자원공사 자회사로 설립됐다가 2001년 민영화됐다. 30년 넘게 공사의 시설 정비·점검을 맡아 왔다.

이용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권역별로 단체SNS방을 만들어 일상적인 작업은 물론 긴급 복구작업까지 수시로 지시하고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관리자가 수자원기술주식회사 관계자에게 “○○○ 과장님은 복전되자마자 TMS실 정상화해 주세요”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 관계자가 공사 관계자에게 각종 부품교체를 완료한 사실을 보고한 SNS 메시지도 공개됐다.

공사와 수자원기술주식회사의 계약서류에는 공사측의 노골적인 업무지시가 담겨 있다. 일반과업지시서는 수급자 책임과 관련해 “용수공급, 전력생산, 보 관리의 정상기능 발휘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세부사항에 대하여는 감독원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독원은 공사 내부조직이다. 특별과업지시서에는 “수급자는 시설관리시스템(DAON)과 K-Water에서 지급된 점검·정비전용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행 결과를 기록·관리하고 감독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심지어 “수급자는 유무선망을 가동하여 언제든지 감독원과 연락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근무시간(09:00~18:00) 내 작업장을 벗어날 경우에는 1시간 내 복귀 가능한 지역 내에 있어야 한다”는 문구까지 있다.

이 의원은 용역업체가 소모성 자재나 공기구를 구매하거나 대체인력을 투입할 때 원청 승인을 받고 있다는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공사가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자들을 봉사활동에 동원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사는 용역계약에 근거해 댐주변 마을이나 농촌지역 기술봉사활동을 할 때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투입했다. 봉사활동은 ‘수자원공사’ 명의로 했다.

심각성 인식 못하는 공사 “관행 개선?”

이 의원은 “용역계약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하청 직원에 대한 원청 직원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이 수시로 이뤄진다”며 “오늘 공개한 것 외에도 불법파견 정황이 더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자들은 지난달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파견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자원공사는 불법파견이 아닌 관행이나 갑질행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학수 공사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수자원기술주식회사가 20여년간 자회사였기 때문에 당시 관행이 일부 현장에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갑질행태가 없도록 하고 파트너십 입장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사측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를 1단계 전환대상인 용역업체가 아니라 3단계 전환대상인 민간위탁업체로 보고 있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가 맡은 정비·점검업무를 공사 정규직이 수행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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