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를 차별하고, 미전환 노동자에게는 쪼개기 기간제 계약을 강요했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잠실올림픽공원과 미사리경정공원을 포함해 88서울올림픽 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수영종목 금메달리스트로 '아시아 인어'라는 애칭을 얻은 최윤희씨가 대표이사다.

성과급·면허수당·복지포인트 차별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올해 1월과 4월 용역업체 소속이거나 기간제로 일했던 미화·경비·조경·질서관리 노동자 1천12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존 정규직(일반직)과 직군이 다른 지원직을 만들어 전환자들을 배치했다.

그런데 기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과는 근로시간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정규직은 물론 기존의 무기계약직·기간제 직군인 전임직과 달리 성과급 규정이 없다. 일부 정규직 전환자들은 휴게시간이 늘어나 되레 복지포인트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잠실올림픽공원과 미사리경정공원에서 일하는 미화노동자 130여명은 올해 1월부터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복지포인트 700포인트를 지급하고, 주 35시간은 610포인트를 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동시간이 줄면서 복지혜택이 감소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사측은 “토요일에 출근해 주 40시간을 채우라”고 제안했다.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륜·경정 경기장에서 질서유지업무를 하는 노동자 280여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에도 여전히 일급제를 적용받고 있다. 보일러·전기·도시가스 관련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골프장 시설직 전환자들에게는 같은 일을 하는 기존 정규직과 달리 면허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쪼개기 계약까지 하고 있다. 올림픽공원 조경노동자와 골프장 코스관리 노동자 110명은 지난해 말 6개월 단위 기간제 계약을 맺었다가 올해 6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일당을 받는 한 달짜리 아르바이트 계약으로 전환했다. 회사측은 “일당을 더 높게 쳐 주겠다”고 계약전환을 유도했다. 그런데 야외업무 특성상 날씨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급여가 종전보다 감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규직 전환되자마자 고용불안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는 “경비·미화직 정규직 전환자들은 촉탁계약 5년을 포함해 70세까지 근무를 보장하는 등 처우를 개선한 부분도 적지 않다”며 “성과급 문제를 포함해 기존 정규직과 차이 나는 부분은 차근차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쪼개기 계약에 대해서는 “조경이나 코스관리 같은 업무는 상시업무가 아니라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상시업무가 아니라는 설명과는 달리 한국체육산업개발은 한 달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맺으면서도 노동자들의 4대 보험 취득·상실신고는 매달 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상시고용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을 보장한다는 해명도 노동자들 체감과는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모기업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체육산업개발에 주는 위탁사업 규모를 줄이려 한다"며 "경비·미화직종은 정규직이 되자마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자들이 만든 국민체육진흥공단함께하는노조의 양도준 위원장은 “체육산업개발에서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며 “최윤희 대표이사가 7월 취임한 뒤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상견례 한 번 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용득 의원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인데 여러 꼼수와 차별로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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