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옥시레킷벤키저가 노동위원회 원직복직 명령을 끝내 거부했다.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도 “매출이 떨어져 현재 근무 중인 직원도 감원해야 한다”던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익산공장 폐쇄로 1년간 거리를 헤맨 노동자들은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며 한숨지었다.

18일째 서울 찾는 옥시 노동자들
구제명령 안 따라도 이행강제금은 고작 2천만원


25일 오전 옥시레킷벤키저 해고노동자 39명이 청와대 앞에 섰다. 이달 8일부터 시작된 상경집회가 18일째를 맞았다. 노동자들은 매일 전라북도 익산에서 왕복 6시간을 달려 서울로 향한다. 그렇게 청와대와 국회,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익산공장 노동자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다.” “단체협약 무시한 일방적인 부당해고 철회하라.”

“중앙노동위원회 복직명령 판결을 즉각 이행하라.”

지난해 11월30일 옥시레킷벤키저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와 상관없는 익산공장을 폐쇄했다. 옥시크린·물먹는 하마 등 세탁용품을 생산하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전북지노위와 중앙노동위가 잇따라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지난 11일 노동부 국감에서도 중앙노동위 원직복직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국감 증인으로 나온 박동석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370억원인데 영업손실이 750억원”이라며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20일 옥시레킷벤키저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 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문형구 옥시레킷벤키저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단체협약을 위반했고 중앙노동위에서 원직복직 명령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법 위반임이 명백히 확인됐는데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 도대체 노동자들은 얼마나 더 길거리를 헤매야 하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문 위원장은 “노동위 이행강제금이 2천만원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회사는 손해 볼 것이 없다”며 “이 나라 노동법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중재 역할 얼마나?
문진국 의원 "종합국감에서 따질 것"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노동부 국감에서 노사 중재와 근로감독을 약속했다. 이 장관은 “단체협약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의원들의 중재 요청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하루 전인 19일 노사가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부당해고를 인정할 수 없다”는 회사 태도에 교섭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문형구 위원장은 “고용보장과 임금,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놨지만 회사는 부당해고 판정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부당해고만 인정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조차 외면한 채 몇 년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행정소송으로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환노위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종합국감에서 노동부가 얼마나 노사 중재에 성실히 임했는지 살필 예정이다. 문진국 의원실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 채 1년째 거리에서 싸우는 상황에서 회사는 행정소송을 했다”며 “11일 국감에서 이재갑 장관이 중재 의지를 밝힌 만큼 노동부가 그간 중재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종합국감에서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 노동자들은 26일 오전 노동부 종합국감이 열리는 국회 앞에서 중앙노동위 원직복직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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