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한국잡월드의 직접고용 재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가 노동부 출신 인사를 대표로 앉히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잡월드는 지난해 직접고용 계획을 세웠다가 올해 자회사로 정규직화 방식을 바꿨는데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인노무사가 자회사에서 자문 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 결정 직후 노동부 출신 2인자로 임명

민주노총은 30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잡월드는 낙하산 자리만 늘리는 자회사 설립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잡월드는 다음달 2일 자회사 잡월드파트너스에서 일할 직원들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고기간은 8일까지다.

잡월드는 정부가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같은해 8월 말부터 전시체험 강사직군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운영했다. 이후 세 차례 협의회가 가동되는 동안 위탁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잡월드의 ‘2018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문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건은 지난해 12월 작성됐다.<본지 2018년 10월16일자 2면 '잡월드는 왜 직접고용에서 자회사 설립으로 바꿨나' 참조>

잡월드는 문건에서 “위탁운영에 따른 전시체험관 운영의 적시성 부족 및 운영위탁사 교체 시기마다 운영 위험부담 증가”를 이유로 들어 "위탁사업계약이 만료하면 직접고용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같은달 20일 4차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회의에는 노동부 컨설팅단 자격으로 ㄷ노무법인 소속 정아무개 공인노무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원도 아닌 정아무개 노무사가 당시 회의에 ‘특별 참가’ 명목으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자회사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후 직접고용 방침이 뒤바뀐 것”이라며 “그가 현재 잡월드파트너스의 자문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 공채 거부로 대규모 해고사태 우려

자회사 결정 뒤 잡월드는 석연치 않은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잡월드는 올해 4월 열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자회사를 세워 비정규직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장을 역임했던 이아무개씨가 잡월드 1급 임원인 경영지원본부장에 임명됐다. 이사장 바로 아래 직급이다. 공성식 노조 정책국장은 “이아무개 경영지원본부장은 진주지청장을 지내다 명예퇴직한 인물로 임명 후 자회사 설립을 주도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60년생으로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단번에 잡월드 2인자 자리를 꿰찼다”며 “자회사 대표이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잡월드 관계자는 경영지원본부장 인사와 관련해 “노조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연말부터 해당 본부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절차에 따라 채용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는 반발하고 있다. 이달 19일부터는 전면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분회 조합원들은 자회사 채용공고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 잡월드는 지원자가 없을 경우 공개채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잡월드가 이대로 자회사 전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이 거짓에 불과하고,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라며 “정부는 대규모 해고를 부를 자회사 전환 시도를 중단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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