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촛불혁명 이후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초기업단위 교섭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별교섭으로 예측 가능한 집단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노사가 산업 민주주의 수립과 사회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설훈·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미래산업과 좋은 일자리 포럼 주최로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초기업단위 교섭 현황과 제도화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공공운수노조·공무원노조·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언론노조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산별교섭은 조직률 20%로 이끌 디딤돌"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 소속이다. 하지만 초기업단위 교섭을 적용받는 조합원들은 25%에 불과하다. 산별노조에 몸만 담그는 조직이 많다는 방증이다. 산별교섭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유력한 수단임에도 ‘사회적 대화’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사관계와 노동정책에서 민주노총이 가장 주목받는 의제 중 하나는 총파업 투쟁과 함께 사회적 대화 참가 여부이지만 산별 현장에서는 초기업단위 교섭 진전 여부가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라며 “사회적 대화 중심으로 과잉정치화되고 과장된 노사관계 이슈를 극복하고 노사관계 프레임과 쟁점을 현장 중심 초기업 노사관계 활성화·제도화 문제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혁명이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개별노조의 기업을 상대로 한 임금인상 투쟁으로는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삶의 질 향상, 워라밸(일·삶 균형) 구축,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같은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주호 실장은 “촛불혁명 이후 열린 공간에서 기업에서 기업별교섭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1987년 노동체제 핵심인 기업별 노사관계는 시대적 수명을 다했다”며 “당신들의 노조를 우리들의 노조로 만드는 초기업 산별교섭은 2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열고 노조 조직률 20% 시대로 나아가게 할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노조법 강제는 신중해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수립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제도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면 산별교섭 유인·기대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같은 자동차 바퀴를 갈아끼우는데 오른쪽 정규직은 100원, 왼쪽 비정규직은 50원을 받는 현실은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 부당한 차별”이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동일한 사업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또 노조법에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 범위 확대 △초기업단위 노조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권 명시 △교섭단위 통합 등 관련 절차규정 신설 △지역적 구속력 확장 방안을 담자고 제안했다.

사용차측은 부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의 공감이 적은 이유는 본래 의미의 산별교섭이 이뤄지기보다는 이중·삼중 교섭, 교섭 장기화, 다중 파업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산별교섭이 이뤄지려면 산별노조 산하 대기업노조의 기득권 포기와 다중 교섭구조 개선, 다중 파업 금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독일·캐나다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기업단위 단체교섭은 산업·업종 내 노동자 간 격차해소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법으로 초기업단위 교섭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외국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고,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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