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혜선 국회의원실과 오픈넷·미디어오늘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표현의 자유의 위기’ 토론회에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 악의적 가짜뉴스 제작과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를 법에 따라 처리하고 선진국 사례를 검토해 정부입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같은달 16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알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대처' 방안을 검찰에 내려보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법안은 22개나 된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쓸 법한 억압적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오픈넷과 미디어오늘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표현의 자유 위기' 토론회를 열었다.

"허위조작정보, 문제는 누가 판단하느냐"

이준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고 한 뒤 법무부에서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을 들고나온 것은 가짜뉴스의 모호함을 피하려는 의도"라며 "이름을 바꿨지만 개선된 것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허위조작정보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이다.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오보·지라시(정보지)·풍자·유언비어 등과 혼용되면서 정부 규제정책으로 삼기 어려웠던 탓이다.

이 교수는 "허위조작정보 규제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판단하느냐"라며 "허위성이 악의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사실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 주체가 검찰이든, 포털사이트 삭제 요청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이든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허위조작정보 개념규정부터 사실확인, 법적 판단 모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판단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정책을 쓴다고 가짜뉴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아스팔트 우파를 자유투사로, 의병으로 만들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압적인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은 민주주의 교란을 막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도덕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소통'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가짜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유형이 달라졌을 뿐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는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이나 북한의 박근혜 탄핵 지령설, 노회찬 타살설은 검증하기 어렵고 설령 허위라고 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엄격한 팩트 확인과 공정 가치는 저널리즘의 사명이지만 일반인 주장에 100% 진실을 요구하거나 단순히 왜곡됐거나 악의적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짜뉴스를 키웠다"며 "현재는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실제로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고사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더 많은 말하기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도덕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훨씬 더 강력한 논리와 명분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대책을 보면 표현의 내용이 허위거나 가짜라는 이유만으로 발화자를 처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점을 은밀히 가려놨다"며 "법무부 대책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민주사회에서 뉴스 내용을 판별하는 것은 소통의 관계에 들어선 발화자와 청취자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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