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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자는 고통에 대해서

기사승인 2018.11.0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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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장의 33.4%(2013년 한국노동연구원)가 야간작업이 포한된 교대작업을 하고 있다. 교대작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장애일 것이다. 일례로 2012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대상 설문에서 80.6%가 수면장애 증상이 있고, 10%가량이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는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2016년 4조3교대 철강회사에 대한 가톨릭대 설문 결과 임상적 의미가 있는 기준인 중증도 이상 수면장애가 15.3%였고, 지난해 병원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설문 결과에서도 중증도 이상 수면장애가 16.6%였다.

2016년 전자산업에 대한 한 대학 설문에서도 8천12명의 4조3교대 노동자의 15.4%가 동일하게 중증도 이상 수면장애를 겪었다. 주간 노동자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4조3교대 노동에서는 최소 15%는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수면장애인 것처럼 추측되기도 한다.

이들은 의존성과 내성이 있어 의사도 장기적 사용을 피하는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며 버티거나,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며 오늘은 제발 불면의 고통이 쉽게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업장을 방문해 건강상담을 해 보면 이들을 만나기는 좀처럼 어렵다.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에 수면장애 항목이 있는데, 수면장애 의심이나 소견 판정을 받는 노동자는 생각보다 적다. 2016년 한 대기업의 설문 결과 1천200여명이 중증도 불면증 결과를 보였지만, 그해 특수건강검진에서는 50명만이 수면장애 의심이나 수면장애 소견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의 해법이 건강검진 상담으로 해결될 리 없음을 잘 알고, 오히려 상담이 여러 가지 불편함만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어느 사업장 간호사는 "야간작업 특수검진 첫해에는 유소견자들이 꽤 나왔는데, 그 다음부터는 유소견자가 잘 안 나온다"고 했다. 그 사업장은 90%가 야간교대 작업이어서 유소견자라도 작업 전환이 불가능하고 회사가 교대근무에 대한 근무조절을 엄두도 안 내기 때문이다. 어차피 불가능한 작업 전환에서 유소견자 딱지를 받거나 매기는 것은 상황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교대근무 수면장애 치료는 수면위생과 광치료 빛 차단 등의 개인적 방법도 일부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야간작업 배제와 근무시간 조절, 근무 중 수면 등 조직적 관리다. 실제로 사이 잠 등의 내용이 포함된 안전보건공단의 교대작업자 보건관리지침이 있다. 하지만 지침은 의무조항이 아니다. 매우 심한 유소견자에게도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한 권고지침일 뿐이다. 더구나 야간작업시 근무시간이나 휴식시간에 대한 내용도 없다. 상위 법령을 찾아봐도 근로기준법에서 야간작업시 임금 가산과 이를 휴가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야간작업 건강문제를 고려해 검진을 의무화했는데, 발견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시도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영국이나 핀란드처럼 야간작업이 가능한 업무를 법적으로 한정하거나, 그 외 유럽 여러 나라처럼 법적으로 야간작업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건강검진과 동반되거나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닐까.

교대근무 노동자에게서 심각한 수면장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교대근무 수면장애의 의학적 진단 자체가 이미 업무관련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대근무 수면장애라는 진단명은 'DSM-5'와 'ICSD-3' 진단분류의 수면각성장애 중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질환의 하나다. 엄연히 정신의학적으로 명시돼 있는 진단명이다. 그 기준은 3개월 이상 불면증 증상과 수면주기가 근무주기와 겹치는 것이 확인되고, 2주 이상 수면일지나 액티그래프(손목에 차는 수면분석기기)를 통해 수면시간 장애가 확인되며, 수면장애가 다른 의학적 이유로 확인되지 않을 때로 진단된다(ICSD-3, 2014). 즉 정신과적으로도 기본적인 요건이 만족되면 교대근무로 인한 직업병임을 진단명을 통해 당연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질병인정기준에는 수면장애에 대한 인정기준이 없다. 교대근무 수면장애에 대한 인정기준은 더더욱 없다.

일터 수면장애는 그 자체의 고통과 삶의 질 손상뿐 아니라 사고 증가와 우울증 같은 심각한 정신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사회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이선웅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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