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전제품 설치·수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설치·수리서비스업계 현황을 살펴보고 노동환경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혁 연맹 정책연구원장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설치·수리서비스 노동자는 19만3천명으로 집계된다.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임시·일용·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이다. 김 원장은 "회사의 판매강요나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특수고용직은 수리 건당 받는 수수료 임금체계탓에 고용불안·낮은 임금·사회보험 미가입 같은 나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가 노동자 처우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론에서 "SKB홈앤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회사 전환 후 실태조사를 했더니 고용안정성 확보·노동시간단축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지만 크게 만족하지는 않고 있었다"며 "임금수준·복지후생·인사관리 등 일부 항목에는 불만족한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에 노조 교섭상대방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해서 권리를 쟁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설치·수리서비스 노동자들은 직장갑질과 고용불안 실태를 증언했다. 이도천 청호나이스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특수고용직인 우리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임금도 삭감했다"며 "관리직 신입사원보다 20년차 경력 엔지니어들의 처우가 더 낮다"고 전했다. 제유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과 이현철 SK매직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자회사 전환 방식의 문제점과 장시간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설치·수리노동자들이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위치해 장시간 노동·낮은 수수료·고용불안·판매 강요로 고통받고 있다"며 "연맹은 가전통신서비스 산별노조를 만들어 설치·수리부문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연맹은 청호나이스노조와 SK매직서비스노조를 주축으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준)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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