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조할 권리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내 대표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지난 10일 오후 붉은색 머리띠를 묶고 각색 투쟁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왕복 10차선 대로를 가득 메웠다.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날씨였다. 무대 뒤쪽 세종대로사거리 너머에 한때 시민들의 촛불이 일렁였던 광화문광장이 자리했다. 더 멀리 청와대 인근에 북악산 자락이 펼쳐져 있었다.

노동자들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과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총파업을 통해 촛불항쟁 요구인 사회대개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11·21 총파업 선포!’라는 부제를 달았다. 전국에서 노동자 6만여명이 세종대로에 모였다. 민주노총은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88년부터 매년 11월 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절망으로"=노동자대회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김승하 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대희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의 여는말로 시작됐다.

오랜 투쟁 끝에 복직했거나 회사와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한 노조들이다. 이들은 “우리는 승리했지만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히고, 대회시작을 알렸다. <단결투쟁가>에 맞춰 수백 개의 노조 깃발이 인파를 가르며 무대 앞으로 들어섰다.

무대 위 대형스크린에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를 비롯한 수십 개 투쟁사업장을 소개하는 영상이 펼쳐졌다.

아시아 노동자를 대표해 아나 로스디아나 말레이시아 사라왁 산림청노조 활동가가 연대사를 했다. “아시아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탄압이라는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시아 노동자 연대투쟁을 강화해 자본에 맞섭시다.”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가 화상전화로 무대 위 스크린에 등장했다.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과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이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같은 반노동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단결로 막아서자”고 밝혔다.

◇"탄력근로제 개악, 투쟁으로 분쇄"=무대 왼편으로 일찌감치 저무는 초겨울 해가 노동자들의 머리띠를 더욱 붉게 물들였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세종대로 한복판 공중에 떠 있는 세 개의 애드밸룬을 덩실덩실 춤추게 했다. 애드벌룬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 선거제도 개혁으로” “양승태 구속” “교육공무직제 쟁취” 현수막을 달고 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촛불정부를 자임하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정경유착의 추악한 몰골을 들키고 숨죽이던 재벌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노동의 요구를 집행해야 할 의무·책무와는 반대로 자본가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조합원 20만명이 참여하는 하루 4시간 이상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는 “11월 총파업은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 모든 노동자의 단결·교섭·파업할 권리 보장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동관계법 개혁에 착수하라는 준엄한 명령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의 사회복지 개혁을 시작하고 그 첫발로 국민연금의 보장성부터 강화하라는 범국민적 함성”이라며 “20만 총파업이 내년 민주노총 모든 조합원의 전면총파업으로 확장되도록 현장 동지들과 최선두에서 함께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본대회는 두시간 만인 오후 5시께 끝났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면과 국무총리공관 방면으로 나뉘어 행진한 뒤 마무리 집회를 하고 해산했다. 노동자들은 “촛불의 염원이다, 노동적폐 청산하자” “탄력근로제 개악시도, 투쟁으로 분쇄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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