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해정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목표는 가계 지갑을 채우고,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여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노동시장 소득격차 완화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동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격차 완화와 소득주도성장'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를 위한 연대임금 전략과 임금분포공시제, 광주형 일자리 도입방안이 제안됐다.

노사 공감대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실현될 수 있는 방안들인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사 단체 관계자들은 노동시장이 처한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제안과 온도차를 보였다.

연대임금·임금분포공시제·광주형 일자리 제안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한국 노동시장 양극화는 사업체 규모별 양극화와 근속연수에 의한 호봉급 요인이 크다"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중심에는 경제 주력부문 원·하청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조선·정유·전자·자동차·공공 등 6개 업종의 18개 원청과 167개 하청업체 임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원청의 월평균 총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차 하청은 49.8, 2차 하청은 43.0에 그쳤다.

조성재 본부장은 원·하청 임금격차 해법으로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저임금 노동자 인상률을 높여 격차를 줄이는 '연대임금 전략'을 제안했다. 금융·보건의료·금속 등 3대 산별노조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비정규직 관련 연대임금 전략을 실천한 적이 있지만 대·중소기업, 원·하청 관계에서 연대임금 전략이 구사된 적은 없다.

조 본부장은 연대임금 전략 실현을 위해 노사정의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사용자들은 초기업단위 교섭에 대한 지나친 방어보다는 사용자 사이의 조정을 통해 임금격차 확대방지 노력을 보여 주고, 노동계는 기업 경계를 넘어서는 직무기반 임금체계를 전향적으로 생각하면서 연대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에는 연대기금 세제 혜택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보장 강화를 주문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공급-호봉급으로 인한 근속연차별 임금격차 해소방안으로 '임금분포공시제'에 초점을 맞췄다. 임금분포공시제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직종·직급·근속·직무단위 임금분포상 정보를 조사·공개하는 제도다. 정 교수는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는 근속에 따라 인건비를 상승시켜 고령자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신규채용 감소와 비정규직 확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임금분포 공시제로 이중적 노동시장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명준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되고 있다"며 "기업에서 받는 시장임금과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가 복지를 지원하는 사회임금의 통합적 접근을 추구하면서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게 광주형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노사 단체, 문제의식은 '공감' 해법은 '글쎄'

노사 단체는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에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 원인을 연공급이나 정규직 중심 노조운동 탓으로만 돌리는 건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노동시장에는 직종·업종별로 다양한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며 "연공급 체제에서 숙련직무급을 반영하고 확대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잘됐으면 좋겠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며 "제조업 구조조정 대책과 주력산업 경쟁력 살리기 노력이 없는 광주형 일자리 얘기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자동차산업이 불황인데 광주공장에 10만대 경차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중복과잉투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임금분포공시제는 격차해소보다는 경영활동 제약, 노노·노사 갈등 심화, 사회적 위화감 증폭 같은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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