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로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업종별위원회인 공공기관위원회 출범식이 돌연 취소됐다. 표면적으로는 출범식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기획재정부 차관의 국회 일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무기한 연기된 공공기관위 출범

15일 정부와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공공기관위 출범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위 쟁점이었던 구성·의제에서 노정 간 접점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공대위 대표자들이 2·3차 간사회의에서 합의된 '국장급(정부)-집행위원(노동계)' 체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출범 직전 멈춰 섰다. 정부·노동계 위원이 각각 '차관급-대표자급'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노정 간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기재부가 요구한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참여 여부와 공대위가 요구한 8개 의제 중 '단체협약 원상회복·노동기본권 보장'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공공기관위에서 논의할지 여부였다.

기재부는 경총·대한상의 참여 요구를 철회했다. 공대위는 '성실협의 담보방안 마련'을 전제로 별도 양자 협의에서 두 의제를 논의하자는 기재부 제안을 수용했다. 양측 이견이 크게 좁혀졌던 이달 5일 2차 간사회의에서 회의체계를 일원화하고, 정부·노동계 위원을 각각 5개 부처(기재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5개 산별연맹 집행위원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9일 열린 3차 간사회의에서는 공익위원까지 포함한 전체 15명 위원 명단과 논의 의제·출범 일정에 합의했다.

그런데 3차 간사회의 내용을 보고받은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공대위 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박 위원장은 "위원 구성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며 "다시 논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재논의 불가" 입장을 내놓았다. 공대위는 "출범식 연기"를 경사노위에 통보했다.

"차관급 나와야 책임 있는 논의 가능"

"논의 책임성 담보방안 찾는 게 우선"


공대위 참여 5개 산별 대표자 중 박해철 위원장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 노사정위원회 시절 공공부문 관련 회의체를 정부 실장급이나 국장급으로 구성해도 과장급이 대참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차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형식적인 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차관급 참여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냐는 것이다. 공공기관위 참여부처 한 관계자는 "장·차관만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면 관료조직은 왜 만들었겠냐"며 "대참 문제를 제기하는데, 차관으로 (위원 구성을) 하면 참석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사노위도 업종별위원회에 차관급이 들어오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올릴 주요 의제를 사전에 검토·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관계행정기구 차관이 들어오는데, 업종별위원회에 차관이 참여하는 건 형식상 맞지 않다는 얘기다.

공대위 대표자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표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봐야겠지만 (구성 문제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표자들 사이에서도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견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 공공부문 전문가는 "공공부문 여러 현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데 공공기관위가 출발도 못해 안타깝다"며 "논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안을 짜는 게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옛 노사정위 산하 공공부문발전위원회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에는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하고 싶어 하는 기재부가 사회적 대화를 원했다면, 지금은 노동계와의 대화가 절실하지 않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위 출범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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