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공단 직업정보 실상을 조사해 봤더니 10개 중 6개가 구인업체와 실제 사용업체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광고를 낸 업체가 주로 제조업 생산직을 뽑는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 구직자가 위장도급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2곳 중 1곳은 구직자가 일할 장소도 알려 주지 않았다. 민간 직업정보서비스업체가 불법파견을 확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딘지도 모르고 '팔려 나가는' 노동자

민주노총은 15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정보제공기관들이 ‘파견코리아’와 ‘파견천국’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8월20일부터 10월31일까지 진행한 국내 주요 공단 대상 구인광고 조사·분석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알바몬·사람인·알바천국·잡코리아·인크루트·파인드잡·교차로와 워크넷·지역일자리지원센터 구인광고 중 산업단지가 입주한 서울 구로·금천, 안산 반월·시흥, 인천 부평·남동, 충남 천안·아산·당진·서산 지역을 대상으로 한 634건이 분석 대상이었다.

이 중 369건(58.2%)이 구인업체와 사용업체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채용을 대행하는 업체가 인터넷상에 난립해 불법파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소는 구인광고 성격을 감안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317개(50.0%)가 위장도급에 쓰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박준도 연구원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은 직종에서 구인업체가 노동력을 중개하는 구인광고를 내 위장도급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단에서 이 같은 현상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은 제조업 생산직에는 파견이 허용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직접고용 관행이 안착돼 있지도 않은 비전형적인 고용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78개(44.0%) 구인광고는 사업장 위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연구소가 연락이 닿은 구인업체 154곳에 전화해 사업장 위치를 확인했다. 65개 업체는 끝내 위치 공개를 거부했다.

"노동부, 민간 직업정보제공사업자 규제해야"

구인광고를 낸 많은 업체들이 노동자들의 4대 보험을 갈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전화 확인 등을 통해 55개 구인업체들이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박 연구원은 “공단에서 일자리를 찾다 보면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그때부터 4대 보험을 들어 주겠다’는 얘기”라며 “파견 기간에는 4대 보험이 안 된다는 것인데 4대 보험 갈취는 파견업체 수익원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대우 금속노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사업체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내가 어디에서 일하는지도 모른 채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이는 근로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불이익 종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행정지도와 법·제도 정비로 민간 직업정보제공기관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민간 직업정보제공사업자가 사용사업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담기지 않은 파견사업주 구인광고를 게재할 경우 이에 응하려는 파견노동자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직업정보제공사업자에 대한 세부적인 준수사항인 직업안정법 시행령 28조(직업정보제공사업자의 준수사항)를 개정해 파견사업주 구인광고에 사용사업주의 자세한 정보를 게재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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