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유는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국민연금 구조와 노후소득 보장 필요성, 인구구조 변화 등을 염두에 둘 때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연금제도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제 30년이 된 국민연금이 만들어지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이 얽혀 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일단 외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처음 도입 당시 소득의 3%를 40년간 내면 약 20년간 소득의 70%를 받아가게 돼 있던 제도설계 문제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국민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납부한 보험료 현재가치 대비 은퇴 뒤 받는 연금액 현재가치를 뜻하는 수익비가 유족연금을 감안하면 2.6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큰 것은 기묘해 보일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불신은 정확히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아무리 지금 기금 규모가 크다지만, 현재 구조로는 2040년대에 접어들면 급격히 기금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연착륙이 당연한 일이지만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 보험료와 연금급여를 놓고 볼 때는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높은 수익비를 보다 평등한 노후소득 보장, 세대 간 형평성을 기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초연금까지 아우르는 공적연금 체계의 개혁방향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우선 사각지대 해소다. 학업·군복무·실업 등으로 국민연금에 포괄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많은 청년이 보호받도록 하는 크레디트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또한 늘어나는 초단시간 노동, 그리고 프리랜서로 대표되는 용역계약이나 플랫폼 노동에 이르기까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회피를 막을 필요가 있다. 현행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는 출산 크레디트도 첫째 자녀부터 적용해 보다 성평등한 노후 보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국민연금의 실질적 역진성을 완화해야 한다. 가령 연금보험료율의 상한선 폐지다. 건강보험료의 보험료 부과기준 소득상한선 폐지 논의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에서도 보험료 소득 상한을 폐지하되 연금급여 상한선은 현실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 기여에 따라 혜택을 받는 것 못지않게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충연금 도입을 포함한 기초연금 강화다.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 감액제도를 폐지해 제도의 예측가능성과 국민연금 가입유인 약화를 방지하면서도,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현행 물가 연동방식에서 소득 연동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노년층이 절대적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국민연금은 노후빈곤을 사회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하되 제도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간략하게 정리해도 워낙 많은 이슈가 엮여 있는 공적연금 논의를 풀어 가기 위해 지난달 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청년유니온 또한 청년과 미래세대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특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불평등 문제, 현 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 국민연금기금의 거대한 규모와 그 운용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난해한 이슈이지만 과소대표될 수밖에 없는 청년·미래세대 목소리를 반영하는 논의가 절실하다. 그러한 논의를 통해서 국민연금이 제도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안정성에 기초해 국가가 사회 제도로 보장한다는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 미래에 예측되는 상황을 놓고 합리적인 논의와 조정, 그리고 청년과 미래세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방향을 내놓고, 개혁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한국 사회가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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