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상한제는 설계될 때부터 기업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동시간단축과 기업 부담완화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여야가 주고받은 합의의 산물이다.
여야가 주고받은 협상, 합의취지는 사라지고
횐노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는 2월26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마라톤회의를 한 끝에 지금의 주 52시간 근무 관련 근기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환노위 여야 간사는 지난해 11월 △휴일근로 중복할증 미적용 △주 52시간 규모별 단계적 시행 △근로시간 특례업종 26개에서 10개로 축소 △탄력적 근로시간제 현행유지와 주 52시간 정착시점 재논의에 합의했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에 노동계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더불어민주당은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고, 보수야당은 반발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 “(주 52시간 단계적 시행 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이고 특별근로시간 아예 양보를 했고 탄력근로제도 아예 양보를 했고 그렇지요? 그 다 양보한 이유가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100%가 아닌) 50%로 해 준다 이것 때문에 다 양보를 했던 것 아니에요?”라고 따졌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간기업 공휴일 유급적용 얘기가 나오자 “저는 인정할 수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도 같이 얘기했으면 좋겠다. 3당 간사가 50% 할증 합의한 사안을 다시 앞으로 돌리는 건데 여당이 요구하는 모든 안에 대해 수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한 차례 정회를 거쳐 회의가 재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는 2021년 7월에 탄력근로제를 재논의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신보라 의원이 “6개월(까지 확대하는) 안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홍영표 위원장님하고 김성태 의원안 두 개가 다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여당을 공격했다.
홍영표 의원은 2016년 7월 주 52시간 전면시행과 휴일근로 중복할증 적용, 탄력적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등의 내용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영표 위원장님이 탄력근로를 확대하는 안으로 내셨던 것은 근로기준법 전체 안이 즉시 시행되고 52시간이 되기 때문”이라며 “지금 52시간으로 가는 것 자체가 2021년 7월1일로 돼 있기 때문에 그때 정도 돼서 탄력근로 확대를 논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회의에서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의견이 대부분 수용됐다. 다음날 새벽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휴일근로 중복할증 미적용과 주 52시간 단계적용,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허용, 탄력근로제 현행유지, 특별연장근로가 끝나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근로제 방안 논의, 공휴일 유급휴일화가 핵심이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고, 주 52시간 근무가 전 사업장에 적용되는 시점에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한다는 원칙하에 여야가 주고받기를 한 것이다.
중복할증 금지만 시행, 탄력근로 확대 논의는 4년 앞당겨
두 가지 원칙 중 이행된 것은 하나뿐이다. 올해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하급심 판결흐름을 뒤집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개정 근기법 규율 내용과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했다”며 환노위 합의를 핑계 댔다.
반면 2022년 말까지 논의하기로 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4년이나 앞당겨 추진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제외하면 당시 합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한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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