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20일 오전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에 대해 설명한 뒤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해고자든 실업자든 특수고용직이든 소방공무원이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이행을 강제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의 뼈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노동 3권 중 단결권에 국한됐고, 노사정 합의와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았지만 이번 합의안은 노사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서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조 가입 막는 장애물 치웠지만
종업원·비종업원 차별 '논란'


공익위원들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막는 법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노조법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손봐야 한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문제는 사실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 이미 1998년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이다.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는 당시 해고자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도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규약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은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 자격을 권고하면서 비종업원인 조합원의 활동을 제한하도록 했다. 공익위원들은 "기업별노조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별노조 임원이나 대의원 자격을 종업원으로 한정하고 비종업원인 조합원의 기업 내 노조활동을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건을 달았다. 해고자는 기업별노조 임원이나 대의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기업별노조 임원이나 대의원 자격을 종업원으로 한정하라는 공익위원 의견은 ILO 핵심협약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 간 차별을 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기업별노조 임원이나 대의원도 노조 규약으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노조 전임자 급여·특수고용직 노동권
첨예한 쟁점 수두룩 … 입법까지 '험로'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규정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구체적인 범위는 독립된 기관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위원들의 의견이다. 다만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로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노동계는 "현행 타임오프 제도는 일부 사업장의 과다한 유급 전임자를 제한하려는 취지였지만 중소노조의 단결권과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했다"며 "근로시간면제한도 제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법제화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1997년 법 개정 이후 13년간 시행이 유예됐을 정도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항이다. 앞으로의 입법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법안도 국회에서 10년 넘게 공전했다. 노조법을 개정해 노동 3권을 보장할지, 특별법을 제정해 단결권과 교섭권만 줄지 논란이 거셌다. 이렇게 쟁점이 수두룩한데 공익위원들은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두루뭉술한 권고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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