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포스터

“그동안 감춰져 있던 전태일의 모습이 어린 세대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되살아난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대한민국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 전태일의 이야기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고 조영래 변호사가 저술한 <전태일 평전>, 박광수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 등 전태일을 다룬 콘텐츠들이 나오긴 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필름과 전태일재단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2020년 개봉한다. 올해는 48주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홍준표 감독과 명필름 심재명·이은 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열사 전태일만이 아닌 청년 전태일도 담겠다”

제작진은 전태일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심재명 대표는 “명필름은 앞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트> 등을 제작했는데, 노동영화나 노동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 <태일이>까지 오게 한 것 같다”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 과정과 결과에 용기를 얻으면서 전태일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은 대표는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개봉할 때쯤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를 인상깊게 봤다”며 “만약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공한다면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다음 우리 작품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필름은 영화 <카트> <건축학개론>과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 연출을 맡은 홍준표 감독은 “전태일의 이야기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많이 슬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청년 전태일을 표현해 보자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작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앞서 인디애니페스트 수상작 <바람을 가르는>, 웹애니메이션 <요일마다:프롤로그> 같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시나리오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홍 감독은 중간중간 완성돼 가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동운동을 했던 열사의 모습만을 담고 싶지만은 않았다”며 “20대 초반 청년의 모습, 두려움에 떠는 태일이의 표정, 결의에 찬 모습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어 “실제 존재했던 19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의 평화시장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는 부분에도 고민이 많았다”며 “정말 보고 싶었던 공간에 대한 자료는 없기도 해서 실제로 평화시장에 가 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국민이 만드는 영화 위해 크라우드펀딩”

명필름은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을 위해 범국민 크라우드펀딩을 한다.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이은 대표는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SBA)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 등에 선정돼 총 7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했다”며 “크라우드펀딩은 1억원 지원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내년 2월19일까지 이어진다. PC나 모바일로 ‘카카오같이가치’ 사이트에 접속하면 참여할 수 있다. 1만원 이상 기부하는 모든 사람의 이름은 영화 엔딩크레디트에 올라간다.

한편 명필름은 올해 6월 전태일재단과 애니메이션 <태일이> 공동제작 계약을 맺었다. 명필름은 기획과 시나리오 개발·아트워크·마케팅을 비롯한 제작 과정을 담당한다. 전태일재단은 필요한 자료와 저작권을 제공하고 마케팅에 협력한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이 자기 몸을 불태운 지 올해로 48년이고, 곧 50년이 된다”며 “전태일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전태일이 활동하던 평화시장이 겉만 번지르르하게 리모델링됐지 뼈대나 내부는 거의 그대로 있듯, 우리 사회도 겉은 화려해졌지만 본질은 마찬가지”라며 “<태일이>가 우리에게 큰 희망과 새로운 힘을 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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