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 대형병원 50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이나 휴게시간 미준수를 비롯한 노동관련법 위반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노동부와 한국공인노무사회·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병원업종 근로조건 자율준수 지원사업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부의 ‘병원업종 근로조건 자율준수 지원사업’ 결과를 보고하고 과제를 논의했다.

노동부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300인 이상 대형병원 50곳을 대상으로 ‘병원업종 근로조건 자율준수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노동부는 지난해와 올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옷을 입혀 장기자랑을 시키고 ‘태움(선배가 후배를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 문화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3인1조 17개팀 투입, 33개 항목 평가

노동부는 공인노무사회·보건의료노조·의료노련과 함께 ‘병원업종 노동환경 개선 TFT’를 구성해 병원 내 노동관계법령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법령 안내와 교육을 진행했다. 3인1조로 구성된 17개 점검팀이 병원을 찾아 실태조사를 했다.

병원 노동환경 점검항목은 △근로계약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임금(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최저임금 △모성보호 △직장내 성희롱 △취업규칙 △노사협의회와 고충처리위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차별대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비롯한 10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33개 세부항목이 포함됐다.

점검 결과를 세부항목별로 보면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없이 보상휴가제를 실시하는 등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관련된 법 위반 건수가 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면근로계약서에 필수기재사항 일부를 기재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는 등 서면근로계약과 관련한 항목을 위반한 건수도 36건이었다. 최저임금을 고지하지 않거나 내용 일부를 누락해 게시한 경우는 22건,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휴게시간이 특정되지 않는 등 휴게시간과 관련한 법 위반 건수도 21건이었다.

출퇴근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근태관리가 어렵거나 퇴직금 계산방법 표시가 불명확한 경우 등 개선권고 사항(법 위반사항으로 지적되지 않았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거나 점검단 전원의 의견이 위반사항으로 일치되지 않은 사항)도 12개 병원에서 발견됐다.

“연속성 있는 사업으로 이어 가야”

이날 토론자들은 근로조건 자율준수 지원사업으로 적지 않은 영역에서 실질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근로기준법 준수에 무감각했던 병원 사용자측이 이번 사업으로 근기법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며 “실질적으로 법 위반사항이 개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시행 이후부터 근무시간 외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 병원이나, 기존엔 지급하지 않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병원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나영명 실장은 “과거 근로기준법 해석을 두고 노사 간 논란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는데, 노무사의 지원으로 쟁점 해석이 명확해지고 사측이 법 위반을 인정하게 됐다”며 “근무표 작성이나 생리휴가 사용과 관련해 조직문화가 바뀌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사업기간이나 진행 방식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 실장은 “5시간 안에 수행노무사 3명이 인터뷰에 순회까지 하면서 병원과 노조의 자료를 보고 면밀히 조사하기는 힘들다”며 “1회성 사업이 아닌 연속성 있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영수 의료노련 사무처장도 “노동부가 최초로 추진한 사업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점검 수행단의 점검 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점검 거부 또는 점검에 비협조적일 경우 해당 사업장에 페널티를 줄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거나, 권한을 가진 근로감독관 참여가 필요하다”며 “자율개선 지원사업 예산을 확대하고, 용역업체 노동자도 사업 대상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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