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에 주춧돌을 놓았던 노동자·농민·빈민들이 3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에 역주행하고 적폐를 방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중단과 쌀 목표가격 인상,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촛불민심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며 “민중이 주체가 돼 사회개혁을 달성할 것”이라고 외쳤다.

노동자·농민·빈민 3년 만에 한자리

민중공동행동이 지난 1일 오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열었다. 민중공동행동은 5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올해 5월 꾸린 조직이다. 전신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조직한 단체다. 당시 대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붉은색 머리띠를 맨 노동자와 앞치마를 두른 노점상, 쌀 포대를 걸친 농민들이 국회 앞에 모였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서 1만5천여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사전 결의대회를 열고 “말로만 노동존중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농민의길(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톨릭농민회)과 ㈔전국쌀생산자협회도 농민대회를 열고 쌀 목표가격 24만원(밥 한 공기 300원) 책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철거민연합은 빈민 결의대회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확충 △용역깡패 해체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폐지를 주장했다.

"재벌에겐 장시간 노동 선물, 노동자에겐 과로사"

오후 3시 본대회가 시작하자 사전대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무대는 여의도공원 교차로를 등지고 국회를 향해 세워졌다. 사회를 맡은 정영이 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사회대개혁을 이뤄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빨간색 손피켓을 흔들었다. 피켓에는 “멈춰, 개혁 역주행”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주요 참여단체 대표자의 대회사가 잇따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6년 12월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망치를 두드린 국회가 지금에 와서는 재벌에게는 장시간 노동을 선물하고 노동자에게는 과로사를 주면서 촛불 이전으로 세상을 되돌리려 한다”며 “11월 전태일 정신으로 총파업에 나섰던 민주노총이 12월을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살려 노동자·농민·서민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당신들에게 정권을 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준 사람들이 노동자와 농민 같은 민중들인데 여당은 야당일 때 농민존중을 외치더니 여당이 돼서는 농민무시로 일관한다”며 “재벌 이익을 대변하며 민중 생존권을 외면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역주행을 막아 내자”고 말했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오세훈이 폐기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박원순이 들고 나오면서 서울시가 노점상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이 계속되면 민중들은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촛불이 염원한 사회대개혁이 국회 밖 이곳에 가로막혀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촛불정부이기를 포기하고서는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없고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서는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진짜 권력의 주인인 민중이 알려 주자”고 외쳤다.

민중공동행동은 대회 후 국회를 양방향으로 포위하는 행진을 하려 했지만 경찰의 불허와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무산됐다. 경찰은 130개 중대를 동원하고 차벽을 세워 시민들의 국회 앞 진입을 막았다. 참가자들은 경찰 저지선 앞에서 시위를 하고 구호를 외쳤다.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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