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문재인 정부 노동·복지정책에 대한 진보학자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등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한국비정규노동센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지난 7월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재벌·노동정책 후퇴를 우려하며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여당,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이날 주제발표를 한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촛불정부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3기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폐해를 상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선택했다”며 “그 이행이 지지부진한 데다 폐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존중 사회 같은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추진했지만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상용직으로 규정되고 있고 최저임금은 2년 연속 10% 이상 인상됐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후퇴했다”며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주 52시간 상한제 법제화에도 한국경총 요청에 6개월 처벌유예에다 탄력근로제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사회적 대화 접근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사회적 대화 이전에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신뢰 축적을 어렵게 했다”며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시도와 고용노동부 장관 경질을 보면서 소득주도 성장 전략 후퇴와 노동정책 유턴을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묻는 촛불정부인가 이명박근혜 3기인가라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전략적 미숙함과 사회적 책임도 지적했다. 그는 “촛불항쟁의 성과 속에서 탄생한 촛불정부와 개선된 정치적 구조를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개혁이 실패한다면 민주노총은 책임이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고립화로 사회적 대화 가능성 낮아져”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최근 상황을 보면 민주노총을 고립화시키면서 사회적 대화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를 향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자유주의 정권인데 좌파정권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정부의 성격을 명확히 보고 견인하고 요구하면서 가능성을 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하에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소득이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구의 임금을 올리고 사회지출을 확대할지 정교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편적 수당과 의료·교육·돌봄·주택 등 기본적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노동자 배제 기술혁신을 지양하면서 노동자 숙련과 기술혁신을 일치시키고 이를 기초로 공적 사회보장 대상을 보편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공적복지 확대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가는 길은 노사정 간 산업구조 개혁과 공적복지가 확대가 교환되는 과정”이라며 “이는 사회적 대화를 실행하는 과정으로서 어느 사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확대에서 보여 준 것처럼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고 사측이 정부 뒤에 숨는다면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병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이 사회를 맡았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과)·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과)·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유철규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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