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제노총(ITUC) 세계총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노동기본권 보장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3일 오전(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노총 4차 세계총회에서 “노동자를 탄압했던 정권은 반드시 노동자와 민중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제노총은 163개국 331개 노조가 가입한 세계 최대 노동단체다. 4년에 한 번 총회를 연다.

지난 2일 개막한 이번 총회는 7일까지 '노동자의 힘 구축하기'를 주제로 열린다. ‘경제권력 규제’를 비롯한 4가지 테마로 토론을 연뒤 향후 사업방향을 정한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첫 번째 토론(평화·민주주의·권리) 패널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여러분의 연대로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됐다”며 “여러 차례 연대방문과 한국 대사관 앞 연대시위 등으로 민주노총 투쟁을 지지하고 제 수감생활에 힘을 줬다”고 운을 뗐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2년6개월간 감옥에 갇혔다. 당시 많은 국제노동단체들이 그를 면회하고, 석방운동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감옥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모두가 수번으로 불리는 감옥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위원장'이라고 불렀어요. '민주노총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저를 그렇게 불렀다고 봅니다. 저를 감시하는 교도관들 역시 '우리도 노조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결사의 자유야말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누려야 할 권리 중의 권리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광장의 민주주의를 일터의 민주주의로 확대하고자 하는 열망이 속속 모이고 있고, 제가 당선된 시점과 비교하면 민주노총 조합원이 25만명이나 늘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현실은 정부가 바뀐 후에도 변함이 없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한 발짝도 진척이 없다”며 “노조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단 한 조항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 세계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누리고 함께 행동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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