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KT 아현국사 화재 같은 대형사고가 나면 하청업체 사장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원청 KT에서 엄청난 복구비용을 지급하니까요. 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업체 노동자들은 하루에 12시간씩 복구작업을 하고도 추가수당도 받지 못합니다.”

나남균 KT상용직지부 경기지회장의 말이다. 체불임금 지급과 하청업체 불법행위 시정을 요구하며 강원·대구경북·전북지역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KT 케이블 설치·수리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KT에 대화를 요구했다.

“KT 위해 궂은 현장에서 일하는데 임금도 떼여”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 대구경북지회는 5일 오전 KT대구지방본부가 있는 대구 북구 KT북대구지사 로비를 3시간 동안 점거하며 본부장 면담을 요구했다. 지회는 이날 현재 45일째, 강원지회는 34일째 파업 중이다. 전북지회는 지난달 26일부터 부분파업을 한다.

대경지회는 10월22일 파업을 시작한 뒤 최근까지 세 차례 KT 대구본부에 본부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노동쟁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 이날 로비를 점거한 끝에 KT대구본부로부터 질의서를 주면 서면답변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대경지회는 “KT 아현국사 화재사건과 그 수습과정에서 드러났듯이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KT를 위해 궂은 현장에서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KT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지 않는다면 투쟁을 더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회는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을 받아 달라고 진정했다. 조합원 평균 1천만원의 주휴수당이 체불된 상태다.

“수익성에만 매달리면 통신대란 반복될 것”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영화된 KT의 재공영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3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화재사고의 본질적 원인은 민영화 이후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수만명의 인력감축,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 양산과 안전비용을 포함한 투자감축에 있다”며 “외주화된 KT 구조 자체를 재편해 통신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당시 KT 회장직을 맡았던 이석채 회장은 2009년 5천992명을 구조조정했다. 박근혜 정권부터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황창규 회장은 2014년 8천304명을 줄였다.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KT 케이블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케이블 매니저) 상당수가 퇴출됐다. 이들은 “수익성 창출 명목으로 통신공공성을 위한 유지·관리보다 휴대전화 판매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통신영역의 공공성을 재고하지 않으면 이번 화재와 같은 통신대란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세구 전 KT민주동지회 의장은 “KT가 통신시설을 관리하는 장비에는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고를 통해 밝혀졌다”며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의한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재공영화만이 통신대란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