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한국형 사회적 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갈 길이 멀다.

'정부 주도'라는 20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체제를 극복하자며 노사 중심성을 내걸고 참여주체들까지 대폭 확대했지만, 사회 양극화 해결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란 주요의제 논의는 진척이 더디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대화의 한 주체인 민주노총은 여전히 '참여냐 불참이냐'를 놓고 끝나지 않은 논쟁을 이어 가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탄력적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을 놓고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우클릭하고 있는데, 왜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내년 1월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조직 내 논쟁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런 민주노총을 향해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가 "애초에 정부에 기대하지 말라"며 "민주노총이 원하는 법·제도 개선 방향이 무엇인지, 이 변화를 통해 누구의 이해를 대변할지부터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5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노중기) 주관으로 민주노총 정책실과 함께 진행한 '사회적 대화 참가 노동단체 주체역량 강화 및 의제개발을 위한 연속 워크숍'에서다.

매주 전문가들과 노조간부들이 사회적 대화 관련 주요 전략의제 개발 제안, 노동조합 대응 전략을 발제하고 함께 토론하고자 마련한 학술 프로그램인데, 임 교수는 이날 열린 1차 워크숍의 첫 번째 강의를 맡았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정책담당자들이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에 민주노총이 원하는 목표는?

임 교수는 우선 사회적 협의(대화)를 대하는 민주노총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노사정이 각자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적 교환을 하는 과거 접근방식으로는 갈등만 조장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노사가 참여해 제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입장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노총이 원하는 게 뭐냐. 누구의 이해를 위해 법·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냐"고 되물었다. 이어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짜 놓은 판(경사노위)에 그대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는 "공공·금속처럼 힘 있는 노조는 사회적 협의보다 교섭으로 해결하면 된다"며 "사회적 협의는 중하위권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정교섭을 할 수 있는 곳은 알아서 하되, 나머지는 노사정이 중하위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식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 변화 요구 있다면 동참해야"

이날 자리에선 현안인 탄력근로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민주노총 간부들의 고민도 나왔다. 현재 경사노위에서는 탄력근로제 등 노동시간제도 전반을 손볼 의제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경사노위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정책간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의제처럼 미리 시기와 기조를 정해 놓고 노사정 합의를 주문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임 교수는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분석을 하라"고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늘어났을 때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실제 어느 정도 되고, 어떤 점이 나빠지는지 정확하게 분석부터 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법·제도마다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업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펙트럼을 보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협의는 입장이나 이념이 아닌 분석과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원론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는 "정부의 요구가 아닌 조직 내부에서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변화에 동참하는 게 맞다"며 "다만 실패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으니 새로운 관점과 태도로 변화에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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