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정·노사정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의지를 밝혔고 노동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다시 한 번 대화테이블에 앉아 보자고 제안했다. 서로 간에 불신의 벽이 높았지만 변화된 환경 속에서 대화하다 보면 사회 양극화와 치솟을 대로 치솟은 실업률을 잡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한발을 내디딜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어렵사리 출항을 알리고도 항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체 간 이해관계가 부딪히며 제대로 된 대화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둘러싼 경사노위와 한국노총 간 갈등은 사회적 대화의 험로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공익위원 추천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쌓일 대로 쌓인 서로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복합대전환기 사회적 대화의 안정성 제고방안’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대화 성공을 위한 열쇠로 “노사정 간 신뢰”가 거듭 강조됐다. 토론회는 ㈔노사공포럼이 주최했다.

“신뢰 없는 사회적 대화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복합대전환기와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노사정을 비롯한 각 주체가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전국·지역·업종 등 각 수준에서 공통의 목적을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와 파트너십은 표리 관계라 할 만큼 함께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도 민주노총은 끝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사회적 대화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있다”며 “중앙 차원 사회적 대화의 불안정성은 기업별 노조체제와 취약한 노사 중앙조직의 권한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대화의 문화적 기반과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사상누각처럼 쉽게 무너져 내린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 안정성 확보를 위한 문화적 기반으로써 당사자 간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신뢰가 없으면 사회적 대화는 상생을 위한 협의와 타협의 장이 아니라 각 집단의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한 투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신뢰회복을 위한 만남과 소통, 교육 등 사회적 투자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 불만 토로한 노, 선택과 집중 강조한 사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파행을 우려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경제위기 극복 등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면서도 “정부는 단기성과주의와 의지 부족으로 일관했고, 국회는 사회적 대화를 형식적 절차로 간주하고 노사합의를 부정하는 사이 사회적 대화를 중심으로 한 신뢰는 조성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공익위원 추천을 둘러싼 경사노위와의 갈등과 관련해 “경사노위가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주체 간 대화로 이를 완수해야 함에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일방통행식 독단운영을 하고 있다”며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를 전면개선해야 한다”며 “지역과 업종·기업 차원까지 사회적 대화 또는 노사관계 축이 형성돼 기업차원에서는 노사 대등한 협력적 관계를 위한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목표 설정과 주체 간 협력과 양보를 사회적 대화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 모든 쟁점을 사회적 대화로 논의할 수 없다”며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 가장 아픈 지점이지만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다하고 노사는 합리적인 공동의 목표 설정 아래 협력과 양보로 마주앉는다면 사회적 대화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가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노사정이 모두 양보를 했다는 것으로, 고임금 노동자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그 재원을 저임금·비정규 노동자 노동조건 향상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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