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초기업단위 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연합교섭 요구에 불응하면 이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가 장기 전망을 갖고 사업을 꾸려 가도록 노조간부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광화문회관 조영래홀에서 주최한 연구보고서 발표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조만간 '초기업단위 교섭 실태와 시사점'이라는 명칭의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날 발표회는 최종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전반적인 연구 결과물을 담은 초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른 노동 동일임금에 조합원 늘어"=민주노총은 보고서 초안에 초기업단위 교섭을 하고 있는 15개 조직 실태조사 결과를 담았다. 예컨대 해당 직종 종사자의 노조 조직률이 얼마만큼이며,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교섭하고, 단체협약의 주요내용은 어떤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은 “언론노조의 경우 올해 처음 지상파 방송업 4사가 중앙교섭에 참여해 방송사 책임자·제작사 대표·스태프 간 3자 산별협약을 맺고 노동시간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노조 조직률 52%라는 노동시장에서의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해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며 “사용자단체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더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비조합원에게도 동일임금을 지급하고 동일노동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업단위 교섭에 대한 단위 노조의 지향점과 고민도 토로됐다. 이영록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플랜트건설에서는 용접과 배관 같은 핵심부 업무를 하는 노동자와 주변부 노동자의 임금이 같다”며 “이는 미조직 노동자의 폭발적인 노조 가입으로 이어졌고 다시 핵심부 노동자의 권리신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과 같이 직종에 따른 차이는 없는 대신 숙련도에 따른 차이만 있는 임금체계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노조를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20년 동안 초기업단위 교섭을 지향해 왔지만 재벌사와 대기업의 불참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올해 교섭에서 사용자측에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참여를 요구했는데 11월 기준 102개 사업장이 문서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구두로만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2곳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다. 정일부 정책실장은 “현대차와 실무협의를 갖고 노사공동위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간부 임기 늘려 장기전략 마련"=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국가별 단체교섭 시스템(2015년 기준)’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단체교섭 시스템은 ‘기업별’ ‘분권화’ ‘단체협약 적용률 10~20%’의 특성을 갖는다. 벨기에의 ‘업종·국가별’ ‘집중화’ ‘단체협약 적용률 90% 이상’과 대조된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노조 조직률보다 사용자단체 조직률이 단체협약 적용률과 상관계수가 높다”며 “타워크레인업종과 같이 조직률이 높고 숙련기술에 기반해 대체 가능성을 일정하게 배제할 수 있는 경우에 전국단위 사용자단체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사의 자유 등을 감안할 때 법에서 결사의 의무를 부여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연합교섭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허용함으로써 결국 교섭 방식을 노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벌의 초기업단위 교섭 불참을 보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의 차이가 떠오른다”며 “국제연맹이 망했던 것은 보편적 평등을 추구해서이며 국제연합이 성공한 이유는 상임이사국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노동계도 실력을 갖추고 시장을 압도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조직을 교섭에 참여시키기 위해 별도 논의구조를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 국가가 노조임원 임기를 제한하지 않고 제한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짧게 하는 곳이 없다”며 “노조 임기가 너무 짧으면 노조가 외부에 시각을 돌리기 어렵고 장기전인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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