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김충태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12일 서울 한강대교 북단 통신 철탑에 올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지부장 제유곤)에 따르면 12일 오전 김충태(41) 지부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41) 지부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 주변에 위치한 40미터 높이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철탑 꼭대기에는 “비정규직 끝장내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부 조합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이날로 14일째 단식농성, 59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단식·노숙농성에 함께해 온 두 사람은 철탑에서도 단식을 이어 갈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 운영을 50여개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인터넷·IPTV 수리·설치기사를 비롯한 협력업체 노동자가 소속된 지부는 2014년 설립된 뒤부터 지금까지 LG유플러스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9월 지부에 협력업체 노동자를 부분적으로 자회사에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자 2천600명 가운데 2020년에 800명을, 2021년에 500명을 자회사로 전환하고 나머지 1천300명은 지금처럼 간접고용 구조로 남겨 두겠다는 것이다. 지부는 “회사 제시안은 반쪽짜리 자회사안”이라며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단식 14일차 ··· 철탑에서도 단식 이어 갈 것”

두 사람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람이 많이 불고 너무 힘들다”고 철탑 위 상황을 전했다. 철탑에 오르기 전 단식농성을 보름 가까이 했던 터라 건강상태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김충태 수석부지부장은 “(단식농성 때문에) 몸이 너무 힘들어서 누워 있어야 하는데, (철탑 위가) 좁고 바닥에 케이블이 많이 깔려 있어서 (눕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고진복 조직차장은 “탑이 흔들려서 어지러운 건지, 14일 동안 단식한 탓에 내 머리가 어지러운 건지 모르겠다”며 “많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김충태 수석부지부장은 “LG유플러스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진짜 사장인 LG유플러스가 고용해 달라는 것은 상식적인 요구인데, 5년째 원청과 직접고용을 놓고 싸우고 있다”며 “직접고용 바람이 부는 올해 더 강하게 투쟁해야 LG유플러스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철탑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직접고용이 확정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LG유플러스 수탁사 노동자, LG전자 협력사 노동자 사례를 언급했다.

고진복 조직차장은 “다른 곳은 다 정규직이 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홈서비스센터 업무는 하청구조를 못 바꾼다는 핑계를 대면서 직접고용을 안 한다고 하니까 화가 나서 올라왔다”며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피를 그만 빨아먹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기훈 기자


LG유플러스 “부분 자회사 입장 변화 없다” 

두 사람의 고공농성에도 LG유플러스는 “부분 자회사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부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 오전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에 자회사 전환과 관련한 입장을 공지했다. 공지에는 “홈종합대리점(홈서비스센터)의 자회사 전환과 관련해 향후 2년간 단계적(30%, 20%)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명시됐다.

회사는 공지에서 “다만 노조와 안정적인 고용계획 수립을 위해 현재 조합원(12월6일 기준)에 한해 희망하는 자는 2년에 걸쳐 인접권역 자회사로 전환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가적으로 제안했다”며 “추가로 복리후생 및 고용안정 등에 있어 자회사와 대리점이 100% 동일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6일은 회사가 교섭에서 추가 제안을 한 날이다. 지부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노조뿐 아니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김종훈 민중당 의원·고용노동부에도 “부분 자회사가 회사의 최종안”이라고 밝혔다.

박장준 노조 정책국장은 “LG유플러스의 입장은 부분 자회사를 최초 제안한 올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추가로 제안한 ‘조합원을 인접권역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안도 원거리지역 이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 안대로라면 자회사 정규직이 되려면 자회사 인접권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유곤 지부장은 “LG유플러스의 부분 자회사안은 정규직화 모델이 아니라 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는 노조탄압 모델”이라며 “LG유플러스는 상식과 시대정신에 맞는 요구를 수용하고 직접고용을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저녁 고공농성장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직접고용 촉구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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