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협약 위반으로 보고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분쟁해결 절차 개시가 한국 상품에 대한 특혜관세 철폐나 금전적 배상의무 같은 경제적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후진국' 꼬리표에 따른 유·무형의 경제적 손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와 국회 입법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한국 정부가 한-EU FTA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상 분쟁해결 절차인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 협정문에는 양측이 이행해야 할 노동·환경 관련 기준이 담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에 관련한 '장(章)'이 있다.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근절, 고용상 차별금지 등 ILO 기본권 선언 원칙을 국내 법·관행에서 실현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호·98호),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29호·105호)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EU는 2011년 한-EU FTA 효력이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EU 집행위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이재갑 노동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협약 비준에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분쟁해결 절차 개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분쟁해결 절차가 개시되면서 내년 1월부터 정부 간 협의가 시작된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경사노위 논의 상황과 국회 입법 추진 일정을 설명하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추진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간 협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소집된다. 여기서도 90일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양측과 제3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에서 도출된 권고·조언을 받도록 돼 있다.

김대환 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정부 간 협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계속 늦어질 경우 국가적 위상 실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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