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촛불시위가 끝나고 권력 쥐었다고 으스대지 말고 노동자가 왜 400일 넘게 굴뚝에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 추운 날 밥을 굶는지 여기와서 목소리를 들어봐야지. 안 그러면 내일부터 이 백기완이가 거리에서 살겠다."

17일 오전 스타플렉스가 위치한 서울 목동 CBS 앞 목발을 집고 선 백발 노인의 호통이 매서웠다. 이날 스타플렉스(파인텍) 고공농성 해결 촉구 사회원로모임은 사측과 문재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비상시국선언에 나섰다. 오랫동안 병상에 있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

이날은 홍기탁·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이 지난해 11월12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에게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체결 약속이행을 요구하며 다시 굴뚝에 오른 지 400일 하고 하루가 더 지난 날이다. 고공농성 장소는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상공이다. 24일이면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2015년 기록한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인 408일을 넘어서게 된다.

사회원로들은 "기네스북 세계기록이라는 408일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이 그 당사자들에 의해 갱신되는 고통의 시간을 한국 사회가 맞아서는 안 된다"며 "고공농성 408일을 넘긴다면 내려와야 할 사람은 김세권 대표와 문재인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자살하거나 굴뚝 위에 올라가거나 아니면 기계에 끼여 죽거나 (정부가 바뀌어도) 왜 노동자만 그대로여야만 하냐"며 "문재인 정부 정신 차리라"고 외쳤다.

이날 비상시국선언에는 이수호·단병호·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명진스님, 문규현·문정현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경림 시인, 홍세화 노동당 고문, 황석영 소설가 등 148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국회,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에 이렇게 썼다.

"고양이 한 마리가, 새 한 마리가, 꽃 한 송이가 저토록 고립돼 있었다고 해도 안 될 일입니다. 하물며 사람입니다. (…) 그들을 굴뚝 위에 둔 채 우리 모두의 연말이 평온할 수 없습니다. 한국 사회 민주주의가 온전할 수 없습니다. 408일 전에 답이 내려져 그들이 평지로 내려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소박한 꿈을 위해 정부와 국회 역시 합당한 노력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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