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파견업체 구인광고 10건 중 7건은 사용업체 위치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노동자 70%가 어디에서 일하는지조차 모르고 노동시장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직업소개사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온상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견·도급사업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자리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강제해 불법파견 소지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20년, 공단 노동시장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인광고 절반 이상 미등록 직업소개소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민주노총과 함께 올해 8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민간직업정보제공기관과 지역일자리지원센터 구인광고 중 공단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구인광고와 2천388개 파견업체 구인광고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기간 직업소개소 구인광고는 모두 167건 올라왔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중 88건(52.7%)이 미등록 직업소개소의 구인광고였다. 30건은 파견업체의 직업소개 광고였다. 이 중 직업소개업과 겸업하고 있는 파견업체 구인광고는 9건에 불과했다.

파견업체 구인광고 중 69.8%(229건)가 사용업체 위치를 알리지 않고 있었다. 연구소는 등록된 파견업체 중 293개(12.2%)가 불법파견 구인광고 863건을 낸 것으로 파악했다. 구직자들의 연령에 따른 차별 소지가 담긴 광고 비중은 59.4%였다.

박준도 연구원은 “파견법 시행 20년 동안 늘어난 직업소개소와 파견업체들로 인해 공단 노동시장은 고용형태가 증층화됐고, 이로 인해 작업장 교섭력이 떨어지면서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가 형해화됐다”며 “경기불안 국면에서 불안정한 노동시장은 민간 고용서비스사업자들에게는 기회일 텐데 이들의 중간착취 확대를 제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인자 정보 명확히 제공해야

전문가들은 직업정보 제공기관은 물론 파견업체도 구체적인 구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업안정법 시행령에 따라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구인자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명시해야 하지만 인력공급업체 등을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근로자 모집과 근로자 공급을 불문하고 무분별한 간접고용이 확산하지 못하도록 구인정보 기재사항·구직자 고지사항에 근로계약 상대방과 실제 근무하는 사업장 명칭, 소재지, 실제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사용자 정보 등이 반드시 반영돼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업소개는 근로계약 성립 ‘이전’ 단계에 개입하는 반면 파견과 도급은 ‘이후’ 단계에 3자가 근로계약 관계의 유지·지속에 개입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중간착취 금지규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는 사실상 사용자의 외부화를 의미하므로 직업소개사업의 파견과 도급사업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규 변호사(충남불법파견 119)는 “구인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노동자가 불안정하고 가혹한 조건의 노동을 하도록 종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업자들의 직업소개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직업소개사업자와 구인자가 공히 불법파견 노동자를 공급하고 받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근로계약관계의 중층화는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근로계약시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할 방법은 노동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최소한 중학교 이전시기부터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노조가 힘을 강화하고 조직력을 확장해 노동조건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는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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