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은 지난 6월19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개정 최저임금법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적정임금과 최저임금보장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다.<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법과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겠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경기불황과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계 부담, 노동시간단축 현장안착을 이유로 들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한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계도기간)을 주고, 노동시간단축 위반 처벌유예(6개월)도 3개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법에 따라 제도를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의 권한남용”이라고 반발한다.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수당·시간 모두 포함

정부가 지난 24일 처리할 예정이었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정부는 수정된 개정안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법정 주휴시간과 수당은 포함하되 노사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 시간·수당은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되는 것을 감안해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처벌을 유예한다. 정기상여금 등의 지급주기를 변경하면 최저임금 위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이 대상이다. 최장 6개월까지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한다. 고액연봉인데도 임금체계상 문제로 기본급이 적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장에 시정기간을 주겠다는 것으로, 재계가 요구한 내용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31일 만료되는 노동시간단축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내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수당과 시간을 포함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라면서도 “통상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약정 유급휴일 임금·시간이 최저임금 산정기준에서 빠짐에 따라 같은 임금을 두고 적용되는 법에 따라 계산방법이 달라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법 위반 적발해도 기소 않겠다?

정부가 산입범위 확대를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하고 노동시간단축을 무력화하는 처벌유예를 연장하자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법이 정한 내용을 집행해야 할 행정부가 마음대로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처벌을 유예한다면 업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신인수 변호사는 “정부가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모두 처벌유예를 선택했다”며 “노동부와 검찰은 현장의 법 위반 사항을 수사·기소하고, 처벌은 법원 판결에 맡겨야 하는데, 법을 위반해도 기소하지 않겠다는 것은 행정부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서도 모법 위임범위를 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성덕 변호사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정기상여금 지급주기 변경과 관련해 모법인 최저임금법에서는 그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시행령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을 두고 처벌을 유예하는 것은 위임입법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시정기간 역시 필요하다면 법률 부칙에 둘 문제이지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저임금법 벌칙조항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최저임금법 28조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들은 “최저임금 미지급을 국가가 징역형으로 형사처벌하며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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