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25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에 노동자 고용보장과 단체협약 승계를 촉구했다.<제정남 기자>
파인텍 노동자들이 스스로 세운 최장 고공농성(408일)을 갈아치우며 슬픈 기록을 썼다. 최근 종교계가 회사측과 대화를 시작한 만큼 연말까지 해결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25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용을 보장받고 단체협약을 승계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공동행동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파인텍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종교계 인사들이 지난주부터 고공농성 문제와 관련해 스타플렉스와 면담을 시작했다. 회사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의 직접 면담을 거부하고 있어 종교계가 대화 중재에 나선 것이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사측이 빠른 시일에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취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인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접근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교계는 해를 넘기기 전에 고공농성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득할 계획이다.

회사와 종교계 인사들이 대화하던 때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지회장 차광호) 노동자들은 굴뚝 위와 거리에서 슬픈 성탄절을 보냈다. 백승렬 목사와 나승구 신부는 이날 오후 75미터 굴뚝 위에 올라 농성 중인 홍기탁·박준호씨와 성탄 미사·예배를 함께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50여명의 노동자들은 전화기 스피커 너머 전해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승구 신부는 "성탄절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이 내려온 날"이라며 "우리는 지금 구원을 기다리며 가장 슬픈 성탄을 보내고 있다"고 기도했다. 백승렬 목사는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에 오시고, 지금 이곳은 75미터 위이지만 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라며 "이곳에 은총이 내리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409일을 하늘에서 견딘 두 농성자의 건강은 심각한 수준이다. 건강검진을 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씨는 "두 사람 모두 체중이 너무 빠져 앙상하고 혈압도 기준치 훨씬 아래로 떨어져 있다"며 "스스로 건강하다고 말하는 두 사람을 마주 보는 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농성자들의 기세는 여전했다. 홍기탁씨는 지지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동자 5명의 고용보장·단협승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올해 안에 두 노동자가 농성을 끝낼 수 있도록 집중투쟁을 준비한다. 29일 사태해결을 염원하는 이들을 태운 희망버스가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농성장 앞으로 모인다. 매주 화요일은 기도회, 수요일은 지회 결의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다. 스타플렉스 해외거래처들을 상대로 고공농성과 노동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는 활동도 한다.

한편 차광호 지회장은 2015년 7월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현 파인텍) 45미터 굴뚝 위에서 408일 고공농성 끝에 회사로부터 복직약속을 받아 냈다. 회사는 2016년 1월 충남 아산에 파인텍을 세웠지만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노동자 5명이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지회 조합원 홍기탁·박준호씨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75미터 굴뚝 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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