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경제·고용여건을 고려해 처벌보다 자율시정 중심의 근로감독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율시정을 위해 근로감독 한두 달 전에 대상 업체에 사전 통보한다. 예방감독과 불시 근로감독을 강화하라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를 불과 5개월도 안 돼 뒤집은 것이다.

노동부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100여명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발표는 안경덕 노동정책실장이 맡았다. 이재갑 장관은 국회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이날 발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 기간을 주고, 노동시간단축 위반 처벌유예를 3개월 추가 연장하겠다는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안 실장에 따르면 내년 정기감독은 사전계도를 통해 충분한 자율시정 기회를 부여한 후 지도·점검이 실시된다. 2만여개 정기감독 사업장에는 현장 점검 1~2개월 전에 통보해 준다.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준수·시정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지금은 정기감독일 10일 전 해당 사업장에 알리게 돼 있다.

노동부 근로감독 방향 전환은 갑작스럽다.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올해 7월 사업장 근로감독시 감독계획을 사업장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방문하는 '불시 근로감독'을 원칙으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정기감독 1~2개월 전에 사업장에 통보할 경우 감독을 피하기 위해 그때만 반짝 시정할 가능성이 높고, 범죄행위 증거인멸 시간을 준다는 이유였다. 개혁위는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비정규직 차별 같은 기초노동질서를 저해하는 핵심 분야에서 감독기법을 개발하고 수사당국과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등 예방감독을 강화하라고 했다. 노동부는 개혁위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개혁위에서 활동한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악덕 사업주들에 의한 1조원대의 임금체불 상황을 고려하면 근로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율시정 기회를 준다고 정말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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