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우리들의 첫 노동을 인간답게.”

이은아(20·사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의 명함에 새겨진 글이다.

노조는 지난해 5월1일 노동절에 출범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노동자들이 가입대상이다. 이 위원장도 같은해 2월 특성화고를 졸업한 계약직 노동자다.

지난해 3월 경기도 남양주시 이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청년노동자가 사고로 숨진 일이 노조를 만든 계기가 됐다.

“2016년 구의역 사고부터 이마트 사고를 지켜본 이들이 자신의 일이라고,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했어요.”

부당하다고 느낀 사람 몇몇이 특성화고를 졸업하거나 현장실습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나중에 노조를 만들 것”이라고 홍보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10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같은 직장,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아니라서 대부분 노조활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뤄진다. 온라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SNS 조직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

“새해에는 지방을 돌면서 예비 조합원인 특성화고 학생들과 졸업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생각입니다.”

다행히 여건은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노조와 서울시·서울시교육청이 ‘특성화고 근로환경 개선대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가 올해 3월부터 노조 사무실과 상근비를 지원한다.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다른 노조처럼 임금·단체교섭을 할 처지는 아니다. 조합원들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신분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서울시·서울시교육청와 맺은 업무협약처럼 지자체와 협약을 맺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당장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죠.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나갈 거예요. 지자체들이 특성화고 학생·졸업생을 위한 노동조건 보호 조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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