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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가방

기사승인 2019.01.0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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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가방에선 양말과 속옷, 세면도구와 보조배터리 따위가 나와 여느 여행 가방과 다르지 않았다. 노조 조끼와 깔판이며 핫팩과 높은 산에서나 쓸 법한 두툼한 장갑이 딸려 나와 조금 달랐다. 청와대 앞길 비닐집에 사는 이재열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부본부장의 짐이다. 농성장에 널린 가방 중에 가장 말끔한 것이었다. 여행용으로 산 것인데 농성용으로 쓴다고 했다. 농성장 당번이 돌아와 짐 꾸릴 때마다 해고자 처지를 깨닫는다고. 다시 여행용 가방으로 쓰고 싶다며 웃었다. 옆자리 누구나가 예상했던 것들이 거기 들었다. 길바닥 생활 오랜 사람들은 남의 가방 속을 제 손바닥 보듯 했다. 온갖 약 봉투가 다른 가방엔 많다고 머리 허연 동료가 보탰다. 이 부본부장은 1967년생으로 그중 젊었다. 모자 틈으로 슬쩍 보기엔 머리숱이 아직 많았고 대체로 검었다. 그렇다고 해고기간이 짧지는 않았다. 15년째다. 3~4년이면 돌아갈 줄 알았다고 했다. 2019년 새해도 농성장에서 맞이했다. 자주 울컥하는 감정 상태가 걱정이란다. 우울증을 다스리려 틈틈이 천문대를 찾아 별을 본다고 했다. 문제가 잘 마무리되면 갈등 없는 조용한 곳에 머물고 싶다고 새해 바람을 전했다. 주섬주섬 또 익숙하게 짐을 가방에 다시 넣었다. 걱정이 크지만,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가방 주인이 말했다. 농성 가방끈이 길고 길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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