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가히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불붙기 시작한 노동계 조직화 경쟁이 무노조 경영 삼성·포스코를 뚫더니 실질적인 양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7%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합원만 200만명을 넘었다. 한국노총 역시 2016년(84만1천명)과 비교해 3.7%인 3만1천명 증가하며 제1 노총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보고된 한국노총 자체집계는 이보다 10만명 더 많은 97만5천574명(2017년)이다. 포스코와 LG전자 서비스센터 비정규 노동자 등 지난해 신규로 조직된 규모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한국노총은 이와 관련해 "2018년 신규로 가입한 조합원이 4만명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산별연맹(노조)에서 보고한 수를 토대로 계산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합원은 100만명을 웃돈다. ‘200만 조합원 시대’를 내걸고 조직화 씨뿌리기에 주력한 한국노총은 올해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화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지난해 12월 조합원 101만6천명 달성”

6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한국노총 조합원은 101만6천명이다.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보고된 조합원수 97만5천574명(2017년)을 기준으로 2018년 한 해에만 4만1천여명이 증가했다.

한국노총이 최근 잠정집계한 산별연맹별 지난해 신규 조합원수를 보면 금속노련 1만2천명, 공공노련 7천500명, 선원노련 7천명, 공공연맹 4천100명, 식품산업노련 2천500명 등이다. 각 지역본부에 가입한 조합원은 1천200여명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노동부 노조 조직률 통계조사에 노조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국노총 자체집계와 간극이 발생한다”며 “중앙에서 산별과 지역별 신규가입 규모를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노총 집계가 실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월 잠정집계한 결과 지난해 신규로 조직된 규모는 최소 4만명으로,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정확한 증가 규모가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곳은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과 포스코다. 노조 깃발을 먼저 올린 곳은 삼성이다. 지난해 7월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소속 손해사정사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조합원 18명으로 출발했다. 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종식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모든 삼성 노동자와 그 가족의 한결같은 소망”이라며 조직화에 매진했다. 지금은 전체 노동자 1천300명 중 500여명이 노조 우산으로 들어왔다. 이상진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 실장은 “삼성은 노사협의회 체계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노사협의회가 조합비를 받고 단체협약까지 체결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18명이던 조합원을 500명까지 확보하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협을 체결하면 조합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면노조 환골탈태로 조직확대 이뤄

조합원 9명의 휴면노조로 전락했던 포스코노조의 성장도 주목받고 있다. 30년 전 노조 깃발을 세웠던 포스코노조는 회사의 노조탄압과 회유에 노조역할을 방기하며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환골탈태”를 선언한 후 현재 조합원 6천800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노조는 지난해 11월 새 집행부를 꾸리고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한 노조는 11일 대의원대회를 한 뒤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포스코노조와 비슷한 사례로 반도체업체 ASE KOREA의 조직확대 사례가 관심을 끈다. 1988년 노조가 설립됐지만 20년간 문서화된 단협을 체결한 적이 없을 정도로 노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교대제 변경 등 악화하는 노동조건에 불만을 토로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련은 활동가를 파견해 현장 살리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께 200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이 1천300명으로 급증했다. 임금·단체협약도 체결했다.

'정규직 전환' 조직화 열쇠로 작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통한 조직화도 이뤄지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 비정규직 제로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과 조직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지만 민간부문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노조 조직화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전국 130여개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3천90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LG전자노조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정규직 노조에서 협력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꾸준히 요구했고, 노조간부들이 전국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조직확대 사업을 했다”며 “정규직 전환 대상자 3천900명 가운데 3천500명 정도가 정규직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018년 100만 조합원 실현"과 "2019년 200만 조직화 원년 선포"를 목표로 설정하고 지역별·산업별·직종별 집중조직화 사업을 펼쳤다. 당시 김주영 위원장은 “조직 확대와 조직 강화는 노동운동과 한국노총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며 “비정규직 조직화와 정규직 전환, 중간노조와 미조직, 청년 조직화 등 전략조직화에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이상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정세와 김주영 집행부의 ‘더 큰 한국노총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맞아 떨어졌다”며 “지난 2년간 노조 조직화를 위한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면 올해는 수확을 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이 0.2%에 불과하고 100인 사업장을 포함해도 조직률이 5%가 안 된다”며 “양대 노총이 10%대 초반 조직률로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전체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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