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앙상하게 뼈만 남은 두 고공농성자는 아래에서 올려 보내는 음식을 거부했다. 그들은 "청춘을 다 바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사태 책임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회사 대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사태를 폭로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고 예고했다.

박준호·홍기탁씨 무기한 단식농성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7일 오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 75미터 위 상공에서는 2017년 11월12일부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 박준호·홍기탁씨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422일째를 맞았다. 과거 차광호 지회장이 세운 역대 최장 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을 뛰어넘었다. 차광호 지회장은 고공농성 끝에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로부터 고용·노조·단체협약 승계약속을 받아 냈다. 스타플렉스는 약속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박준호·홍기탁씨는 전날 오후 5시께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매일 오전·오후 하루 두 차례 음식과 식수 등을 전달받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던 밧줄이 땅에 닿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 앞서 장기 고공농성으로 쇠약해진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우려해 단식농성 중단을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두 고공농성자에 대한 긴급건강검진이 이뤄졌다. 당시 검진을 한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소속 최규진씨는 “사람이 도저히 살수 없는 곳에서 농성하느라 두 사람의 몸무게가 50킬로그램 이하로 떨어졌다”며 “뼈만 남아 있어 눈으로 쳐다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굴뚝농성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식을 풀고 도저히 안 되겠다면 물이나 소금이라도 올려 보내도록 밧줄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두 분의 건강이 너무 안 좋은데 단식까지 안 하시기를 제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홍기탁·박준호씨는 “오랜 시간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뜻은 고맙지만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 바이어 이메일 발송·검찰 고발 준비

공동행동은 “두 사람이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가는 혹한의 날씨에 어떤 인도적 직원도 못 받는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목숨을 거는 참혹한 고공단식에 돌입했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이에 대한 책임은 노사합의를 불이행하고 지속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지회는 지난달 27일 스타플렉스와 교섭을 시작했다. 지회는 스타플렉스 직접고용과 노조·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했다. 회사는 파인텍 혹은 사회적기업 고용을 제시했다. 지회는 이를 거부했다. 양측은 이달 3일까지 4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회는 교섭 과정에서 김세권 대표이사가 파인텍 사장을 맡고, 폐업시 스타플렉스로 고용·단체협약·노조가 승계된다는 단서를 달 경우 회사 입장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회 제안은 회사가 거부했다.

공동행동은 조만간 42개 스타플렉스 해외 바이어에게 파인텍 노동자들이 처한 반인권적인 상황을 폭로하는 이메일을 발송한다. 10일에는 김세권 대표를 사기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출국 저지에도 나선다. 김세권 대표는 13일부터 15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2019 UAE 두바이 사인 그래픽 전시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공동행동은 “하루빨리 굴뚝 위 노동자들이 땅을 밟고 차광호 지회장을 비롯한 시민사회 대표자들의 무기한 단식농성을 멈출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차광호 지회장은 지난달 10일부터,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송경동 시인은 같은달 18일부터 파인텍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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