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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왼쪽 초심은 문제가 없었는가

기사승인 2019.01.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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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진보개혁단체들이 올해 정세전망을 하며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초심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왼쪽에 있던 초심은 무엇이고, 또 오른쪽 방향의 어떤 변화를 말하는 것인가. 내 생각에 현재 문재인 정부의 어려움은 왼쪽 초심 자체의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개혁정책, 특히 경제정책들을 한번 보자.

첫째, 재벌개혁. 문재인 정부가 수용했고 진보개혁진영이 오랫동안 주장한 재벌개혁은 지배구조 개선,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골목상권 보호 등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을 보면 과연 이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경우 족벌경영을 대체할 대안적 세력이 없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엘리엇 같은 초국적 사모펀드들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 개입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고, 재벌기업들은 주주를 달래기 위해 어마어마한 배당을 외국인들에게 줬다. 초국적 사모펀들이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주주의 권리였다. 그런데 주주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주주의 행동을 통해 족벌 지배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한국 노동자들에게 득이 될까? 물론 아니다. 재벌개혁의 진짜 문제는 재벌을 사회의 어떤 세력이 통제하고 경영할 수 있느냐다.

원·하청 불공정거래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재벌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할 만한, 또는 독립적으로 영업을 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로 현대기아차가 아니고서는 납품할 만한 아이템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자동차부품사들은 현대기아차가 어려움을 겪자 대책을 마련할 수조차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는 단순한 가해자-피해자 관계가 아니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성장구조이자 성장 결과다. 피해자 중소기업을 가해자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식의 대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재벌의 사업영역을 제한해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정책도 그렇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이 향하는 마지막 생존처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자영업을 노동시장의 배수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생산성도 매우 낮고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도, 고용돼 있는 종사자도 모두 소득이 낮다. 골목상권 보호가 목표가 아니라 골목상권으로 더 이상 노동자들이 내몰리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자영업자가 좀 더 자본을 집적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골목상권 보호 식의 대책은 노동시장의 배수통을 더 키우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부동산.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는 세계적 부동산 상승에 동조돼 있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세계적 부동산 상승기에 집권한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고, 반대로 세계적 부동산 침체기에 집권한 보수당 정부에서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규제가 모자라서라기보다는 세계 부동산 경기와 디커플링할 수단이 없어 부동산정책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도 현재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진보개혁진영의 부동산 의제는 주로 종부세나 보유세 같은 조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우리나라 진보개혁진영이 모델로 삼는 북유럽 국가들도 2015년께부터 우리나라처럼 주요 도시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를 부동산공화국이라 부르면서 한국적 특성을 강조하는데, 실은 우리나라 부동산은 그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스탠더드에 가깝다. 문제가 근본적이란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폭등은 양적완화 등으로 세계적 유동성이 커진 가운데 저성장 탓에 도시로 인구와 자본이 상대적으로 집중되면서 발생한 일이다. 세계적 자본이동과 흐름이 국내에 바로 인입되지 않도록 금융세계화 규제책을 세워야만 한다. 국내의 몇 가지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를 통제하기 어렵다.

셋째, 노동정책. 최저임금 1만원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지만 제대로 하더라도 문제였다.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임금 문제는 복합적이다. 저생산성-저수익 부분에서는 최저임금으로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의 구조개혁과 고생산성 부분의 고용창출 없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 경제는 단기간의 수요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저성장 상태니 더욱 그렇다. 진보개혁진영은 수년째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만큼 고생산성-고임금 부분에서 일자리를 늘릴 방안은 내놓지 않는다. 정부가 모조리 알아서 해결하란 식이다. 노동조합도 고임금 부분의 연대임금-연대고용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비슷하다. 문제는 ‘정규직화’ 이전에 현재의 정규직 상태가 우리 모두의 대안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해소란 점에서 정규직‘화’는 정당하다. 하지만 모두가 임금소득 상위 15%의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이 될 수는 없다. 정규직화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인데, 이 부분에서 소득이 크게 상승하는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수입 제약 속에서 이런 계층도약은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화가 노노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정규직 노조의 연대임금-연대고용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 무조건 정규직화를 다 책임지라는 건 다소 비현실적이다.

진보개혁 의제는 어떤 점에서 성장의 전제 위에서 자본과 정부를 신격화하는 편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모든 것을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다. 물론 현재는 그것을 지킬 수 없자 약속을 뒤집는 중이다. 진보개혁진영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만 할 일이 아니다. 진보개혁진영이 오른쪽의 반대편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 왼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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