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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장외 평론가 아닌 링 위 선수로 뛰겠다”

기사승인 2019.01.2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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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인터뷰에서 "경사노위 참여해 사회 대개혁 주도" 의사 재확인

   
▲ 정기훈 기자

'시너'와 '소화기'로 상징되는 2005년 이후 올해만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을까.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안팎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99년 2월 김대중 정부의 정리해고·파견제 시행과 구조조정 민영화 정책에 반발해 옛 노사정위원회(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변경)를 탈퇴했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광장에서 제도권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찬반논란과 갈등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사회적 대화 안건을 다루는 마지막 자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김명환(54·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바깥에서 비판하는 평론가로 남기보단 사회적 대화라는 링 위에서 선수로 뛰면서 노동·산업정책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개입과 투쟁, 함께 구사해야 국민 공감대 얻어"

- 대의원대회 준비는 잘되고 있나.
"관성대로라면 '성원이 되겠냐'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나 혼자 민주노총을 책임지는 게 아니지 않나. 1천300여명의 대의원들이 판단할 거다. 성원은 걱정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이 참여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다. 어떤 분들은 '김명환은 정파도 없고 당도 없으니 대중에게 호소한다. 정치인이냐'고 평가하더라. 한데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정파가 없고 당원도 아니다 보니 고립감을 많이 느낀다. 결국 내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은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이다. 그들을 만나 호소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플랜B(부결 이후 계획)는 없다"고 했는데.
"지금 어금니 꽉 깨물고 (경사노위 참여 건 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플랜B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웃음). 집행부 의지와 다르게 부결이 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지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 나 혼자 플랜B를 내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결 이후 계획을 내놓으라고 얘기하기 전에 힘을 모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들러리화·도구화를 우려한다.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분들과 정세판단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친재벌로 완전히 방향전환을 했다고 규정한 분들도 있고, 사회적 대화기구에 들어가면 '그런 정부'에 민주노총이 들러리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중요한 건 민주노총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냐, 그것도 맞다. 하지만 투쟁판을 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지금 우리 조건 아닌가. 장외에서 목소리 높이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밖에서는 투쟁을 만들고, 안에서는 개입해야 한다. 투쟁과 개입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때 주체적으로 판을 주도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개입과 투쟁을 함께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국민적 공감대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바깥에서 비판하는 평론가로 남기보단 사회적 대화라는 링 위에서 선수로 뛰면서 노동·산업정책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겠다."

한편에서는 "민주노총이 투쟁과 교섭(개입)을 종합적으로 할 실력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20여년간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 경험이 없다. 민주노총이 제도권에 들어가면 시쳇말로 '생선가시 발리듯'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경사노위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실력이라는 게 밖에서 따로 쌓아서, 이만큼 내공이 쌓인 다음에 발휘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노총이 늘 해 왔듯 '해 보자, 해내자, 돌파해 보자'는 과정에서 역량도, 실력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총연맹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주요 산별에서는 이미 노사정 대화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려고 한다. 이미 밖에서 대화하고 있는데, '굳이 골치 아픈 경사노위에 왜 들어가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예전부터 노정교섭이나 산별교섭은 각 단위가 조금씩 해 왔다. 노정교섭은 다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간헐적으로 진행됐기에 안정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산별교섭은 아직 제도화되지 못했다. 보건의료는 대형병원·국립대병원이, 금속은 현대·기아자동차를 정점으로 한 재벌대기업이 교섭장에 나오지 않아 온전한 의미의 산별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경사노위에는 업종별위원회라는 법적으로 제도화된 업종·산업 단위 협의틀이 있지 않나. 그 안에서 산별교섭이나 노정·노사정 교섭의 제도화·안착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어디에서 하는 게 더 낫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교섭구조를 제도화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이 실제로는 자기 산업 내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교섭구조를 갖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용·노동·산업·경제·소득·복지 문제를 다루기로 한 경사노위에서 90% 미조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게 바로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정신에 맞닿아 있다고 본다."

- 정부 경제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혔다. 경사노위에서 노동계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재벌대기업 중심 수출주도 성장 신화가 여전히 건재하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투자여력이 있는 곳은 대기업이다. 대기업 투자를 유인하려면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30년, 40년도 더 된 이 틀을 깨야 한다.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 누구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동계 목소리를 낼 공간이 좁아지는 게 아니라 경사노위라는 공간에서 저성장 경제 침체기가 장기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재벌대기업 중심, 수출주도 성장이 유효한가를 담론으로 삼아 논의해야 한다. 관료들이 개혁의 칼자루를 쥐는 순간 노동과 복지, 소득주도 성장은 후순위로 밀리게 돼 있다. 후순위로 밀려난 것을 앞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게 민주노총이 해야 할 역할이다."

"경사노위 설립취지와 충돌, 탄력근로제 논의 중단해야"

-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정부 정책을 과반수 결정으로 정해 버리는 일방통행식 기구였다. 그런 식으로 하지 말자고 만든 게 경사노위다. 경사노위는 협의기구다. 만약 의결이 필요하다면 노동자·사용자·정부위원 각 2분의 1 이상이 출석하는 것을 전제로 뒀다. 충분히 협의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밟자는 취지다.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의제다. 지난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법제화하면서 탄력근로제는 2022년까지 실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때 노동부가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실근로시간을 제대로 단축하지도 않았는데 '탄력근로제 확대를 받을 거냐 말거냐'를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시간을 정해 논의하라? 주객이 전도됐을 뿐만 아니라 경사노위 설립취지와도 충돌한다."

- 탄력근로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탄력근로제를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이미 전달했다. 지금 논의 중인 것에 민주노총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탄력근로제 논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 또 무엇을 할 계획인지.
"경사노위 리셋이다. 정확히 말하면 경사노위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 정상화와 의제 제구성이다. 경사노위는 정부가 손도 못대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불평등 문제,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문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 돼야 한다."

- 정부는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민주노총을 '계륵'으로 보는 듯하다. 민주노총이 들어와야 온전한 사회적 대화가 된다고 하면서도 막상 민주노총이 들어와서 사사건건 반대만 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고민도 없이 사회적 대화를 할 생각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사회적 쟁점에 대해 빨리 성과를 내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 중요한 의제를 충분히 논의하면서 안착화하는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들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겠나. 이 과정에서 충돌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다."

- 경사노위에서 대화하고 타협할 생각은 있는가.
"대화하고 토론하자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타협의 여지가 단 1도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회적 대화가 첫발을 떼는 시점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 개혁과제를 먼저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출발점이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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