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왼쪽)과 오동진 전태일기념관 준비단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전태일기념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정기훈 기자>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여러분이 애써 이루신 상업기술의 결과라고 생각하시겠습니다만은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작업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생산계통에서 밑거름이 돼 왔습니다. 특히 의류계통에 종사하는 어린 여공들은 평균 연령이 18세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러분들의 전체의 일부입니까? 이런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동심들을 사회생활이라는 웅장한 무대는 가장 메마른 면과 가장 비참한 곳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후략)”

1969년 12월19일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필편지다. 이 자필편지가 올봄 개관하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에 새겨진다. 넓이 14.4미터, 높이 16미터 금속 커튼월(Curtain wall)에 한 땀 한 땀 새긴 편지를 조만간 볼 수 있게 된다.

22일 오전 <매일노동뉴스>가 찾은 서울 중구 전태일 기념관은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외곽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커튼월은 건물 벽면에 설치된다. 제작은 마쳤고 이번주 중 설치한다. 커튼월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이 이이디어를 냈다. 임 화백은 기념관 인근 청계천 전태일동상을 제작한 이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원본 글씨를 예술적으로 변형시켰다”고 소개했다.

“공정률 40%, 외곽공사 마무리”

전태일재단은 노동복합시설 완공 시점을 3월 초순께로 예상하고 있다. 임시로 개관해 시범운영한 뒤 노동절 전후로 공식 개관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기념관측은 “현재 공정률은 40% 정도로, 외곽공사는 거의 마무리됐고 내부공사를 하고 있다”며 “절반 이상이 남은 셈이지만 뼈대는 다 완성하고 건물 안만 채워 넣으면 되니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태일 기념관 대각선 맞은편 부근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있다. 전태일 열사가 보낸 편지를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매일 보게 되는 셈이다.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은 “노동복합시설 맞은편 부근이 바로 서울지방노동청인데 서울의 노동부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을 향해 쓴 편지가 서울노동청을 마주 보고 있는 것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음에도 전태일의 풍부한 관점이 녹아 있는 편지”라며 “커튼월이 설치되면 오가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 힘든 소규모 노동단체에 사무공간 제공”

전태일 기념관은 노동자들을 위한 시설을 표방한다. 1층은 전시품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건물 로비로, 2층은 연극·뮤지컬 등 45석 규모 공연장과 휴게공간·사무실로, 3층은 전태일 열사 유품 등을 볼 수 있는 전시실과 60년대 평화시장 봉제 다락방 작업장을 재현한 시민체험장으로 꾸며진다. 5층은 서울노동권익센터 사무실, 6층은 옥상 쉼터다.

건물 공간 운영에 대한 세부 논의도 진행 중이다. 회의실·교육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과 사무공간으로 구성된 4층 노동허브가 대표적이다. 기념관측은 이 공간에 소규모 노동단체가 저렴한 비용을 내거나 무상으로 입주해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수호 이사장은 “입주자 선정과 관련해서는 개관 때쯤 공모 과정을 거쳐 심사에 공정성을 기할 생각”이라며 “정말 어렵고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운동을 하는 단체, 힘들어서 사무실을 운영하기 힘들 정도의 노동단체 위주로 입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해당 단체가 1~2회 정도, 한 회당 3년씩 이곳에 입주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단체가 자립하면 또 어려운 단체가 들어오고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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