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10131 판결

1. 사건의 경과

피고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능직 노동자로서 금속노조 다스지회에 소속돼 있는데 피고의 급여규정과 단체협약(2010년과 2012년)상 통상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1)은 제외돼 있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2010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정기상여금을 산입한 통상임금으로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위와 같이 재산정한 법정수당을 반영한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 금액에서 이미 지급받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의 지급을 구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고, 이에 피고가 항소했으나 원심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소정근로의 대가인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한편 이 사건 소송 결과에 따라 예상되는 피고의 추가부담금액과 피고의 당기순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피고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27일 “피고가 지급한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돼 소정근로의 대가인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중간정산퇴직금의 추가지급을 구하더라도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 사건의 쟁점
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해당성

1) 피고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 산정방식을 보면 상여금에는 기본급 및 통상적 수당뿐만 아니라 고정 OT 등 연장근로 대가까지 포함돼 있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은 소정근로를 제공할 경우 연장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고정 OT수당이 포함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았다는 점에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일부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대가로 지불된 것이므로 이를 다시 통상임금에 산입해서 이를 기초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이중지급이 된다”고 주장하나, 위 정기상여금에 포함된 고정 OT수당은 노동자들이 제공한 연장근로시간에 따라 변경되지 않는 고정된 시간으로서 위 정기상여금 액수의 산정기초에 불과하다고 봐야 하는 점에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피고는 “2008년 단체협약2)에도 불구하고 2010년 11월까지는 퇴직자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2010년 12월에 와서야 퇴직자에 대한 일할계산이 적용됐기 때문에 2010년 11월 이전에 지급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주장하는 부지급 사례는 1년 미만 단기계약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 사례만으로 위 기간 중 퇴직자에 대한 일할계산 조항이 적용되지 않은 관행이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해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돼 있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0701 판결, 대법원 2014. 2. 24. 선고 2011다109531 판결 참조)고 보기 어려워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나. 신의칙 위반 항변

1)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킴을 전제로 한 임금청구에 대해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동자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신의칙 항변을 인정한 것이다.

2) 이와 관련해 피고는 “① 통상임금 액수가 단체협약에서 정한 통상임금을 훨씬 초과하고 ② 초과근로 가산임금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가산임금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며 ③ 실질임금 인상률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양해한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하게 될 것이라는 세 가지 사정만을 근거로 곧바로 사용자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 채 임금인상률을 정했다면 이를 포함하는 것으로 통상임금이 재산정될 경우 대부분 서로 양해한 통상임금 규모나 수당 범위,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할 것이 분명하므로 피고의 주장대로라면 사실상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즉시 이를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도 사용자의 재정 및 경영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도 피고의 주장에 따를 경우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이 허용돼야 한다는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산입한 통상임금으로 재산정한 법정수당 청구소송이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 한해 신의칙 항변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의 주장에 따를 경우 추가소송으로 인한 당해 사용자의 재정 및 경영상태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어떻게 위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3) 이 사건 청구기간 당기순이익 중 추가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추가부담액이 피고의 2009∼2013년 당기순익 합계 약 1천500억원의 13%), 소송제기 시점의 당기순이익 중 추가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2013년 당기순이익의 40% 이내 수준), 그리고 1심 판결 후 피고가 1심에서 예상한 추가부담액으로 쌍방이 인정한 약 177억300만 원을 영업외비용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임금청구가 피고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3) 원심의 관련 판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른 것으로 피고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3.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 적용요건과 관련해 사용자의 재정과 경영상태를 고려함이 없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사용자가 부담하게 될 추가분과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 인상률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할 수 있다는 피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함으로써 신의칙 항변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각주>
1.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기능직 노동자에게 피고의 급여규정과 단체협약에 따라 일률적으로 통상임금과 연장근로(OT) 15시간을 기준으로 750%(2010년 단체협약) 또는 800%(2012년 단체협약)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매년 2·4·6·8·10월의 20일에 100%씩, 12월20일에 200%, 설날과 추석에 25%씩(2010년 단체협약) 또는 50%씩(2012년 단체협약), 11·12월의 25일에 100%씩 나눠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2.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복직·휴직·퇴직하는 자의 상여금은 일할계산한다.
3. 1심은 원심이 고려한 요소들 이외에 ① 피고의 매출총이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② 2010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법정수당 및 중간정산퇴직금 차액 177억348만760원은 같은 기간 동안 피고가 지출한 노무비의 약 7.94%에 불과한 사정 또한 고려했다.
* 김상은 변호사 판례리뷰는 월간 <노동법률> 2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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