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파인텍·하이디스. 인수·합병된 뒤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노사갈등이 격화한 기업들이다. 인수·합병 사업장 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고용불안·외주화·노사갈등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간접고용 비율 두 배 높아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는 우원식·이학영·박주민·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변 노동위원회·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노동연구원 2005~2015년 사업체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인수·합병 사업장 실태를 분석했다. 인수·합병 사업장의 경우 25.4%가 정리해고를 실시한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14.2%에 그쳤다.

정리해고 비율을 보면 인수·합병 기업은 전체 직원 중 1.27%가 정리해고됐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0.48%에 머물렀다. 인수·합병 사업장 정리해고 인원이 2.64배 많다.

명예퇴직 실태를 보면 인수·합병 사업장은 전체 직원의 2.53%가 명예퇴직했다. 인수·합병 경험이 없는 사업장은 0.91%로 조사됐다. 2.78배 차이가 난다.

인수·합병 사업장은 외주화를 많이 했다. 10.6%가 하청·용역노동자인 데 반해 인수·합병을 하지 않은 곳은 5.3%였다. 인수·합병으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노사갈등이 불거졌다. 인수·합병 사업장 조정신청 비율은 22.3%,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7.8%밖에 안 됐다.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파업발생 비율은 인수·합병 사업장이 11.3%로 인수·합병을 하지 않은 곳(2.9%)보다 4배 정도 많았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인수·합병은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중 하나지만 기업 이익만 고려하면 노동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합병 목적이 단기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정리해고가 발생하고 노동자들의 장기투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 고용·단협 승계 명문화하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나 고용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정 부연구위원은 △고용·노동조건·단체협약 승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정비 △인수·합병 뒤 일정 기간 재매각 제한 △기업 매각시 산업은행 책임소재 강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인수·합병 뒤 약속을 어기거나 위법행위를 한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를 제시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리해고 요건에 대한 판례가 계속 완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자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먹튀기업은 인수·합병과 신주발행·상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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