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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습니다~

기사승인 2019.01.3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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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택배 왔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네”하고 바로 현관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다. 얼마나 빠른지 현관문 앞에는 그가 두고 간 박스만 남아 있다. 설이 다가오면서 택배가 늘었다. 개인한테는 한두 건이지만 모아 보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한겨울 칼바람을 가르는 택배노동자들, 감히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조차 나누지 못할 만큼 바쁜 요즘이다.

다른 직종에 비해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우체국 물류지원단 산하 택배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가 다행히 노사합의로 마무리했다는 뉴스 때문이다. 택배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대기업 사업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사망사고도 사회적 토론을 불렀다.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이른바 ‘배달노동자’가 산재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지난해 노동전문 변호사들이 뽑은 올해의 주요 판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노동존중 사회’ 바람을 타고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도 이뤄졌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노동자들도 급격히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훈훈해지는 노동현장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열악해지고 있지 않나 싶다.

하나로 정리된 자료는 없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주당 60시간 내지 70시간, 연간 최대 4천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걷는 거리만 하루 17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의 수입은 1건당 800~900원, 월 200여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극한직업’이라고 할 만하다. 겉모습은 가장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지만 노동법을 잣대로 따지고 들자면 ‘노동자 같은’ 그러나 결국엔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들이 충분히 보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아마도 백이면 백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제도로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답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려 20여년간 그랬다. 플랫폼을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택배노동자, 즉 배달노동자는 급증할 것이다(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게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보호방안은 이미 많이 연구됐다. 뭐니 뭐니 해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임에도 형식상 고용관계를 단절하는 방식으로 노동법을 회피하는 사업방식을 제한한다면 ‘특고 노동자’라는 변명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 듯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동현장은 저 멀리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택배노동자들도 단 하나의 대기업 사용자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는 예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이동노동자로 그 범위를 넓히면 플랫폼의 위력은 점점 대단해진다. 대리운전·퀵서비스·음식배달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과연 누구인가? 만약 한창 논쟁 중인 카카오의 카풀사업이 허가된다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이동보조 노동자(크루나 드라이버)가 등장할 것이다.

이제는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아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법 내 보호 이상 좋은 방법이 없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노동현장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 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도 당사자 선택에 따라서는 산업재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오히려 ‘결사를 인정하고 보장해 주자’는 주장이 더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노동법상 단결권을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예를 들어 적정한 거래단가를 협상으로 정하고 때론 단체행동도 가능해야 한다. 택배노동자 건당 수수료 800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이를 위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담합행위’의 예외규정과 같은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 명절에는 좀 더 여유 있는 택배를 받고 싶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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