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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으로서의 노동을 조직하자

기사승인 2019.02.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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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지금까지 우리는 노동조합을 조직된 ‘실체’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조직화를 위해 노동자가 모여 있는 곳을 찾았고, 당연히 대규모 노동자가 있는 곳이 최우선 대상이 됐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57%를 넘는다. 하지만 100인 미만 기업의 조직률은 6.0%에 불과하고,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0.2%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또 성과도 보이지만, 그 역시 주로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거의 같아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는 노동조합으로 인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많든 적든 조합원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오로지 조합원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이 보여 주듯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노동자들이 노조 조합원이 되기 가장 어려운 모순된 현실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에 있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같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비조합원 노동자들에게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해결할 이상적인 대안은 산업별 노동조합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단체협약 효력 확장이다. 하지만 이를 추동할 힘과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자들 내부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핵심으로 생각한다면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노동을 실체가 아니라 ‘흐름’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현재의 노동도 이미 그러하거니와 특히 미래의 노동은 고정된 작업장이 없이 끊임없이 일을 따라 흘러 다니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특수고용직, 불안정노동에 이어 최근 플랫폼노동, 크라우드 워크 등 새로운 노동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노동조합이 이 흐름을 담아낼 그릇이 될 것 같지 않다.

이들 노동은 감시와 규제를 피해 나가기 쉽다. 그래서 플랫폼노동의 등장과 더불어 노동계에서 이뤄지는 주된 논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 마련이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창의적인 노력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법적 권리와 사회적 보장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형성되지 않으면 추진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화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지역일반노조가 선구적 역할을 해 왔지만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우리는 노동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조직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의 조직은 플랫폼 방식으로 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크라우드 워크 노동자들 역시 크라우드 방식으로 조직해야 하지 않을까? 전통적인 형태의 노동조합만이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조직이 아님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면 다양한 역량들을 이 과정에 결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조직할 노동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이들에게 집단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집단적 힘을 갖추지 못한 노동자는 모든 점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집단적 요구로 전환해 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다양한 비정부기구(NGO)들과 시민적 역량까지 결합해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신뢰 있는 정보와 행위 모형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보자. 이 조직에는 형편이 어렵다면 굳이 조합비를 내지 않더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그에 합당한 혜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펀딩한 자금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또 긴급히 자금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수도 있다. 자금과 아이디어가 충분하다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합이 시도돼 왔다. 지역일반노조 외에도 청년노동자 세대를 묶어 내는 청년유니온·알바노조 등이 있고, 지역 공동체와 노조를 엮는 시도를 하는 희망연대노조 사례도 있다. 이 사례들은 사람의 네트워크를 찾아 묶어 내는 방식이다. 방식을 바꿔 통신기술을 활용한 정보 네트워크로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를 해 봤으면 한다. 지역 차원에서 소규모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가진 역량을 다 모아 제대로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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