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규제를 공약하고 100대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지난해 6월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규제할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했다. 그런데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노동계가 연장·야간 등 시간외노동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공짜 야근과 장시간 노동을 권장하고 임금체계를 왜곡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가운데 재계가 포괄임금제에 대해 “원칙적 금지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11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 19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 중 113곳(57.9%)이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제도 활용기업의 70.8%가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을 살펴보면 일반 사무직이 94.7%로 가장 많았다. 영업직(63.7%)·연구개발직(61.1%)·비서직(35.4%)·운전직(29.2%)·시설관리직(23.0%)·생산직(13.3%)·경비직(8.0%)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60.2%)라고 답했다. “임금계산 편의를 위해”(43.4%), “기업 관행에 따라”(25.7%),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가 상시적으로 예정돼 있어서”(23.0%)라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8.0%)라는 응답도 나왔다.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정부 방안에 70.8%가 반대했다. 이들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 시장 혼란 가중이 우려된다”(86.3%)고 주장했다. 추광호 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실태조사를 근거로 “산업현장 현실을 무시한 채 포괄임금제 금지를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포괄임금제 적용직군의 94.7%가 일반 사무직인 것을 볼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재계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포괄임금제가 사실상 기준도 없이 오·남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시간 사각지대가 넓은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유연화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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