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노사 4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또 한 명의 택시노동자가 분신했다. 벌써 세 번째다. 이들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며 “불법 카풀 금지”를 외쳤다. 택시·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1일 전해진 세 번째 분신소식에 택시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어렵사리 정부·국회와 택시·카풀업계가 마주 앉았지만 불법 카풀 논란 장기화에 장시간 노동과 사납금 문제로 생계를 위협받던 택시노동자들이 생존권마저 위태로워지며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택시노동자 김아무개(62)씨가 분신한 다음날인 12일 오전 택시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향했다. 택시노동자들은 “정부·국회는 택시업계를 사지로 내모는 불법 카풀서비스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소리쳤다.

전날 분신한 김씨는 얼굴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서울지역 법인택시회사에서 노조활동을 했던 그는 택시 노사 4개 단체의 농성장에 자주 방문해 카풀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의 차량에서는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택시업계는 김씨가 카풀문제 장기화 상황에서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극한의 불안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1·2차에 걸친 사회적 대타협기구 협의사항을 내부적으로 공유해 왔지만 불법 카풀문제가 장기화하고 대화에 진척이 없어 택시노동자들이 답답해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도 법·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여야 할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라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택시시장 포화로 생활비조차 벌지 못해 택시노동자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승운 전택노련 정책본부장은 “택시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예견된 일”이라며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택시노동자들에게 불법 카풀까지 더해지며 불안감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택노련·민택노련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택시업계 면담 요청에 응하고,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성공적 논의를 위해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풀러스 등 불법 유사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비롯한 카풀 관련 법안을 심의·의결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