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이 개최하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UCC) 경진대회에 간호사들이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서장이나 관리자들이 퇴근 이후나 휴일에 쉬는 직원들을 불러 영상제작에 동참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는 12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은 직원을 강제로 동원하는 UCC 경진대회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 11일부터 환자안전의 날 주간행사를 하고 있다. 15일까지 전시회와 캠페인을 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UCC 경진대회를 한다. 병원은 사내공고를 통해 "UCC 경진대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그런데 분회 확인 결과 동영상 제작 등 UCC를 만들기 위해 강제로 동원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분회는 UCC 제작과 관련해 병동간호사 1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절반인 66명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참여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타인이 시켜서"라는 응답이 56명(85%)으로 가장 많았다.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답변은 7명(10%), 답변하지 않은 간호사는 3명(5%)이었다.

이들은 언제 동영상 제작에 참여했을까. 48명이 근무시간 중에 참여했다(복수응답)고 밝혔다. "퇴근 후 시간"과 "쉬는 날"에 참여했다는 응답은 각각 45명·35명이었다.

분회 관계자는 "울산대병원은 환자별로 담당간호사가 지정되는 팀간호사제를 시행하고 있고 한 명당 15~20명의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에 강제로 동원되면 간호 공백이 발생한다"며 "병원측이 근무 중인 간호사를 강제로 동원해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직원의 휴식과 휴일을 방해하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로 춤을 추거나 원치 않는 일에 동원됐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고 덧붙였다.

분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치료환경을 조성하자는 행사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강제로 직원을 동원하고 그로 인해 환자 간호 공백을 발생시키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병원은 UCC 경진대회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울산대병원측은 "매년 정례적으로 시행하는 UCC 경진대회는 개인이나 팀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제작일정을 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장기자랑과 성격이 다르고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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