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요즘 자유한국당을 보고 있노라면 시대착오적 반동 권력의 강건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소속 국회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여전한 적대감을 담은 망언을 쏟아 내질 않나, 당권 주자들이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간 박근혜씨의 승인을 얻기 위해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질 않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랑곳하지 않는 후안무치함에 말을 잃을 정도다.

자유한국당과 수구언론으로 표상되는 반동적 권력집단은 특히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조직된 노동자·민중에게 적대감과 혐오를 쏟아 낸다. 지난해 12월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금지하겠다는 노조 혐오증을 잘 보여 준다.

임이자 의원 법안은 ‘노무제공과 관련해 사업주와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단체는 지금도 얼마든지 설립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단체가 노무제공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사업주와 교섭할 권리,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보장되는가다. 요컨대 노동 3권을 누리는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그런데 임이자 의원안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단체와 사업주 간 협의가 결렬되거나 사업주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때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만 가능하도록 했다. 더욱이 사업주 일방의 신청으로 노동위원회에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사업주가 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협의가 결렬됐을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동위원회 결정에 맡기는 것뿐이다.

임이자 의원안의 하이라이트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비롯한 단체행동을 금지한 것이다. 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집단적 노무제공을 거부하게 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즉 사업주를 교섭석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질 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실은 임이자 의원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김진표 의원안)을 그대로 베낀 내용이다. 1999년 이래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사례들이 늘어나자, 당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서면계약 체결 등 몇 가지 개별적 보호를 주는 대신 노동 3권을 박탈하는 ‘보호법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특수고용 ‘단결금지법’은 2007년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10여년이 지난 오늘은 더욱 시대착오적이다. 그동안 특수고용은 더욱 확산됐고 특수고용 노동조합 조직도 늘어났으며 이들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례도 쌓여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과 2017년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비롯한 노동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하라는 권고를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9년 이래로 거의 매년 한국 정부에 특수고용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하라고 권고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국제적 추세다. ILO는 결사의 자유 관련 87·98호 협약이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자영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각료이사회는 자영노동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제한을 철폐하기로 결의했다. EU 회원국 중에는 자영노동자가 사업주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경쟁법(우리의 공정거래법과 유사)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주에는 영국 산별노조인 GMB가 특수고용 택배노동자에게 최저보수·유급휴가 등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플랫폼 업체인 헤르메스와 체결하기도 했다.

세계는 이미 특수고용에서 진화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조할 권리를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리려는 임이자 의원 법안은 당장 철회해야만 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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