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가 마련한 '2018년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5% 반대로 부결됐다. 타이어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정리해고와 강제퇴직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합의한 '인원 전환배치'가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14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광주·곡성·평택공장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투표조합원 2천610명 중 1천951명(74.7%)이 반대했다. 찬성을 선택한 조합원은 650명(24.9%)에 그쳤다. 투표율은 89.9%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29일 광주공장에서 열린 1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정리해고와 강제퇴직은 하지 않되 고용안정노사공동발전위원회를 열어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인원 재배치와 여력인원 운영방안을 수립하는 내용을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금호타이어는 생산물량 감소로 올해 광주·곡성·평택공장과 연구본부에서 하루 186명의 여력인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장별 여력인원을 생산라인 가동률에 맞춰 전환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환배치 방안은 역풍을 맞았다. 인원 재배치가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지회는 "조합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공정별 대의원들과 인력운영에 대응하고, 전환배치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정송강 곡성지회장은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쌓여 있던 조합원들의 스트레스와 불만이 전환배치에서 결정적으로 터진 것 같다"며 "일자리를 잃는 건 아니지만 수십년 동안 일했던 곳에서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전환배치되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합의 내용 중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날'에서 '만 60세 연말'로 개정한 부분도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지회 관계자는 "여력인원으로 전환배치까지 되는 상황에서 정년퇴직자들까지 챙겨 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한 광주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박탈감이 심했다"며 "집행부가 회사에 너무 많이 뺏긴다는 불만도 높았다"고 전했다.

지회는 이날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조합원들의 뜻과 선택을 겸허히 존중하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받아들인다"며 "책임 있는 결정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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