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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하는 여행, 안나푸르나 초보 트레킹

기사승인 2019.02.1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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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훈 여행작가

대한민국은 평소에도 아웃도어 등산복 패션을 애용하고, 볕 좋은 주말이면 줄 서서 산을 올라야 할 만큼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왜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게 됐을까? 그럴싸한 이유는 내공 있는 인문학자들의 몫으로 남겨 둘 일이다. 다만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 보면서 든 짧은 생각은 우리처럼 도시 가까운 곳에 오르기에 적당한 높이의 산이 많은 나라가 흔하지는 않다는 거다. 산이 너무 거대하거나 너무 멀지 않은 친근한 존재라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건 아닐까? 뭐 그렇다 치고…. 이제 등산과 트레킹은 국민체조를 넘어선 국민운동이 됐고, 단련된 많은 선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지도 꽤 됐다. 대한등산 국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대표적인 해외 트레킹 코스를 꼽자면 아마도 네팔의 안나푸르나와 뉴질랜드의 밀퍼드 트레킹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릴 것 같다. 한 번 가면 6개월은 돌아야 한다는 미국 서부의 PCT(Pacific Creek Trail)까지 손을 뻗치려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훨씬 더 성과를 낸 뒤여야 할 테니까. 일주일에서 열흘 남짓 쌈빡하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네팔과 뉴질랜드 트레킹이 딱 맞춤인 듯도 하다. 하지만 나 같은 등알못(등산을 알지 못하는 인간)이자 십자인대 수술 이후 재활을 게을리해서 여전히 얇은 허벅지에서 못 벗어난 약골에게 안나푸르나 본격 트레킹은 무리다. 그렇다고 애써 포카라까지 왔는데 호숫가에서 댕댕이(멍멍이의 20대 버전 조어)들 구경만 하는 것도 왠지 면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욕망이 있는 곳엔 항상 해법이 있는 법. 특히 여행자들의 욕망이란 이미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터라 구글신(구글)과 네이놈(네이버)을 조금만 털어 보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찾은 해결책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트레킹’. 포카라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까레에서 출발해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거쳐 담푸스로 내려오는 코스로 거리는 6~7킬로미터 정도. 우리나라 보통의 하루 등산코스 정도다. 해발 1천700미터에서 시작해 200미터 정도를 올랐다 다시 그 정도를 내려오면 끝나는 난이도라 웬만한 등산 약골들도 도전가능하다. 성질 급한 이들은 포카라에서 아침 먹고 출발해서 돌아와 저녁을 포카라에서 먹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너무 빨리 움직이면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맞는 캠프에서 보는 안나푸르나의 작살나는 일출쇼를 보지 않으려면 굳이 이 길에 오를 일이 없으니까.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코스는 다른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필요한 허가증이나 가이드 동행이 필요하지 않다. 덕분에 큰 준비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핫팩과 침낭, 그리고 온수팩 콤보 아이템을 장착하고도 밤새 콧등 때리는 웃풍에 시달리다 덕지덕지 붙은 눈곱 사이로 겨우 눈을 뜨고는 입은 옷 그대로 뷰포인트로 향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속임수고, 진짜는 태양빛에 붉게 타오르는 설산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다. 사진으로 찍고, 눈으로 담다 보면 저 봉우리들은 이 세상의 것 같지가 않다. 그만큼 비현실적이다. 인간계에서는 다가설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저 너머 세상처럼 하늘에 떠 있는 봉우리들. 저런 곳을 오르는 이들은 사람이 아닐 게다. 신선계를 넘나드는 반선인쯤 되는 이들일 터.

돌아와 아침을 챙겨 먹은 뒤 담푸스 방향으로 내려간다. 슬슬 가도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내리막 돌길.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동행하는 길이라 다른 볼거리가 크게 필요하지도 않다. 어느새 담푸스. 마을 입구에 있는 홀리데이 게스트하우스는 밀크티 한잔하기 딱 좋은 뷰포인트니 놓치지 말고 쉬어 가길.

포카라행 첫 버스는 벌써 놓쳤을 테고, 다음 버스는 11시와 4시에 있으니 시간은 넉넉하다. 게다가 밀크티 한 잔에 900원 정도에 마차푸차레에 안긴 담푸스 전경을 볼 수 있으니 놓치면 무조건 손해다. 안나푸르나의 햇빛 아래에서 여유롭게 광합성 하며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짧은 발여행을 마무리하자.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말고도 쉬우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트레킹 코스들은 여럿 있다. <네팔은 여전히 아름답다>의 저자이기도 한 서윤미씨가 네팔 친구들과 함께 발로 뛰며 만들어 낸 트레킹 코스들이 바로 그렇다. 네팔 빌리지 하이크(nepalvillagehike.com)에서 코스별 지도와 설명을 내려받을 수 있다. 홈스테이를 통해 진짜 네팔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니 신산을 높이 오르며 자신을 시험해 보는 게 목적이 아닌 여행객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여행이다.

여행작가 (ecocjh@naver.com)

최재훈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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